'몸 내던진' 김진수(전북 현대) 이어 출전한 홍철(대구FC)가 패자의 품격을 선보였다.
대한민국은 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무릎 꿇었다.
이로써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은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을 꺾었던 '알 라이얀의 기적'에 이어 또 한 번 기적을 꿈꿨지만, 아쉽게도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대한민국과 브라질 모두 최선을 다했다. 지난 6월 대한민국에서 열렸던 평가전에서 5-1로 승리를 거뒀던 브라질은 조별리그를 마치고 녹아웃 토너먼트에 진출하자 경기력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체력적으로 우위를 선보이며 대한민국을 쉴새 없이 몰아쳤다.
후반 대한민국은 선수 교체를 연이어 실시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서 몸이 무너질 정도로 뛰었던 왼쪽 풀백 김진수는 하프타임 때 홍철과 교체됐다.
이날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진수는 최후방부터 최전방까지 부지런히 누볐지만 대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진수는 경기 후 취재진에 "오래 기다렸던 대회인데 내가 원하는 몸 상태로 출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줄곧 한국 축구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지만, 부상 탓에 2014년 브라질 대회와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칫 '월드컵 낙마'를 되풀이 할 뻔했지만 다행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최선을 다한 김진수에 이어 홍철이 투입됐다. 갑작스럽게 출전했지만 홍철도 치열한 경기를 이어갔다. 후반 대한민국이 반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홍철은 왼쪽 측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후반 막판에는 하피냐의 슈팅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한국의 1-4 완패로 끝난 경기. 그런데 경기 종료 후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종료 후 패배의 아쉬움과 마지막까지 힘까지 쏟아부은 탓인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거나, 주저 앉아 있었다.
이 때 홍철은 우리 페널티박스 안에 주저앉아 있는 브라질 하피냐의 두 손을 잡아주면서 일으켰다. 하피냐는 풀타임을 뛰면서 우리 전방을 수 차례 위협했다. 경기 막판 발목이 안 좋은지, 동료들과 승리 기쁨을 나누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다.
홍철이 이를 보고 일으켜세워 준 것. 하피냐는 일어선 후에도 바로 브라질 동료에게 가지 못하고 두 손을 무릎에 대고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비록 패했지만 홍철은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드러났다. 홍철은 조별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이번 대회 브라질전에 처음 출장했다. 마지막 경기서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홍철은 모든 것을 쏟아냈고 마지막까지 품격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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