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황태자' 황인범(26, 올림피아코스)이 파울루 벤투(53) 감독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무릎 꿇었다.
이로써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은 막을 내렸다. 한국은 '알 라이얀의 기적'에 이어 또 한 번 기적을 꿈꿨지만, 아쉽게도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황인범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 것 같다"라며 "외부적으로 팀을 많이 흔들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내부적으로 잘 뭉치면서 서로를 믿었다. 이번 경기만 놓고 봤을 때는 1-4로 패배했지만, 지난 4년간 노력과 믿음이 지난 포르투갈전과 이전 경기들을 통해 어느 정도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전혀 후회는 남지 않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황인범은 "또 다음을 준비하려면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들이 더 발전해야 이번에 느꼈던 이런 행복감을 대한민국 국민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축구 스타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그 외적으로도 여러 가지가 발전해야 한다. 더 많은 것이 발전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황인범은 "초반에 너무 쉽게 실점을 하면서 경기 자체가 조금 벌어졌다. 아무래도 개인 기량이 워낙 좋은 선수들이다 보니까 공간이 났을 때는 여지없이 조그만 공간을 잘 살릴 수 있다. 그것을 알고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초반에 실점해서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다"라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그러면서도 황인범은 "이번 경기에서 1-4로 크게 졌기 때문에 당연히 개인적으로 팀적으로도 많이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결과로 인해서 저희가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것들을 폄하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 6월에도 브라질을 만나 1-5로 무릎 꿇은 바 있다. 황인범은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모두가 준비했다. 그런데 그때처럼 오늘도 전반전에 계속 실점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아쉽다"라며 "전반을 어떻게든 무실점으로 버텼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은 더 커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인범은 지난 브라질전을 통해 세계의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과 차이를 줄이는 것을 동기부여로 삼고 경기에 나섰지만,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반 초반부터 계속 실점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졌고, 수직적으로 왔다 갔다하는 상황이 만아서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앞서 3경기를 치러서 그런지 그때보다도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결과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음에 얼마나 강한 팀과 만나든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팀을 그리고 개인을 잘 다져나간다면 조금씩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브라질이라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똑같은 레벨에 도달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 사실은 모든 분들이 아실 것이다. 최대한 조금씩이라도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의 굳건한 믿음 아래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쳤다. 그는 "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벤투 감독님은) 너무 감사한 분"이라며 "사실 외부에서 말들이 많았다. '황인범을 왜 쓰냐', '저 선수를 도대체 뭘 보고 하냐', '무슨 인맥이 있길래 저 선수를 쓰냐'라는 그런 말들을 들었을 때 제가 감독님이었다면 흔들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라고 울먹였다.
결국 황인범은 "그럼에도 감독님은 저를 믿어주셨다. 감독님 덕분에 제가 앞으로 더 큰 꿈을..."이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