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 무소속)가 포르투갈어로 욕설을 내뱉다가 김영권(32, 울산)과 조규성(24, 전북)에게 딱 걸렸다. 이들은 어떻게 호날두의 욕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의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제압하며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였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골망을 가르며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호날두와 조규성의 신경전도 화제를 모았다. 경기 내내 부진하던 호날두는 후반 20분 교체되며 조규성과 충돌했다. 경기 후 조규성은 "(호날두가) 천천히 나가서 빨리 나가라고 했다. 그러자 '까랄류(Caralho)'라고 포르투갈어로 욕을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호날두를 꽁꽁 묶은 김영권도 그의 욕설을 똑똑히 들었다고 증언했다. 승리 후 김영권은 "호날두가 계속 포르투갈어로 욕을 하더라. 똑같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혼잣말인 것 같았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토종 한국인이자 포르투갈 리그에서 뛴 적도 없는 두 선수는 어떻게 호날두의 욕설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영어 욕과 달리 포르투갈 욕은 대다수 한국인에게 매우 생소한데 말이다.
정답은 벤투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에게 있었다. 김영권은 "우리 코칭스태프분들 중에 포르투갈 사람이 많아서 욕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호날두가 똑같은 말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벤투 사단은 대부분이 포르투갈 국적이다. 마이클 킴 코치와 최태욱 코치를 제외하고는 벤투 감독과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 필리페 코엘류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르 골키퍼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 모두 포르투갈인이다. 김영권과 조규성 둘 다 벤투호에 오래 몸담은 만큼, 포르투갈어가 귀에 익었던 것이다. 호날두로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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