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90분 내내 마스크 투혼을 펼쳤고, 한 명은 짜증만 부리다가 퇴장했다. 손흥민(30, 토트넘)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 무소속) 앞에서 진정한 '주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의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주장의 품격'이 승부를 갈랐다. 한국의 주장 손흥민은 마스크 투혼을 불태우며 팀을 구해냈다. 그는 탈락이 눈앞이던 후반 추가 시간 80m 가까이 폭풍 질주한 뒤 수비수 다리 사이로 패스를 건네며 황희찬의 극장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2일 왼쪽 눈 주위 네 군데가 골절됐고, 4일에야 수술대에 올랐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월드컵을 뛰어서는 안 되는 상태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승리 후 "뼈가 붙는데 최소 석 달은 걸린다. 이제 실처럼 살짝 붙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나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위치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 내 마음"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반면 포르투갈 주장 호날두는 이날 최악의 활약을 펼쳤다. 그는 번번이 기회를 놓친 것도 모자라 실점의 빌미까지 제공했다. 호날두는 전반 27분 이강인의 코너킥을 등으로 받아 김영권 앞에 떨어뜨려 놓으며 한국을 도와줬다.
결국 호날두는 경기 내내 욕설만 중얼거리다가 후반 20분 교체됐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호날두가 실점 장면에서 도움을 기록했다"고 비꼬았고,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 역시 "호날두가 한국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한국이 가장 경계하고 있던 남자로부터 의외의 선물을 받았다"고 조롱했다.
이날 손흥민과 호날두가 보여준 주장 완장의 무게는 분명 달랐다. 'ESPN'이 바친 헌사대로 손흥민은 캡틴이자 리더, 그리고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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