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새로운 경기장에서 세계 최강을 상대로 반란을 꿈꾸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6일(한국시간)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스타디움 974에서 브라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1무 1패로 탈락 위기에 놓였던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둬 16강에 극적으로 합류했다. 우루과이가 반드시 가나를 꺾어야 하는 '경우의 수'까지 뚫어낸 한국은 그야말로 사기가 치솟아 있다.
그러나 브라질은 힘든 상대다. FIFA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영원한 우승후보'다.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역량을 모두 집중시켜 브라질이라는 벽을 넘어서야 한다.
쉽지 않은 승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상대보다 경기장일 수도 있다. 우리 대표팀은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한 곳에서만 치렀다. 따로 경기장 적응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가 매번 다른 경기장을 가야 한 것과 비교하면 특혜나 다름 없었다.
16강 경기가 펼쳐질 스타디움 974는 대표팀에는 새로운 경기장이 될 전망이다.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이 경기장은 컨테이너 974개를 활용해 만들어진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경기장이다. 세계 무역 중심에 있던 카타르 산업 유산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974는 카타르의 국제전화 식별번호이기도 하다.
또 친환경 월드컵을 상징하는 이 경기장은 대회가 종료되면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다른 경기장과 달리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현지시간으로 낮이 아니라 밤 10시에 킥오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시간 늦은 국내에서 새벽에 경기를 시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디움 974는 컨테이너 기반 시설이다 보니 경기장 관중들이 철제로 된 바닥을 발로 굴러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마치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 느낌이 난다.
한국엔 낯선 반면 브라질엔 익숙한 경기장이다. 이미 G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위스와 경기 때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브라질 팬들이 대거 찾아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경기를 펼쳤던 브라질이었다.
특히 이 경기장에서는 조별리그 6경기가 열렸는 데 그 중 한 번도 '업셋'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기는 경기가 없었다는 뜻이다. 지난달 25일 포르투갈(9위)과 가나(61위) 경기에서 포르투갈이 3-2로 이겼고 27일 프랑스(4위)와 덴마크(10위) 경기 역시 2-1로 프랑스가 승리했다.
29일에도 브라질(1위)이 스위스(15위)를 1-0으로 꺾었나 하면 1일 아르헨티나(3위)와 폴란드의 최종전에서도 아르헨티나가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3일 세르비아(21위)와 스위스 경기에서도 3-2로 스위스 승리가 이겨 16강을 확정했다.
그나마 가장 먼저 열렸던 지난달 23일 멕시코(13위)와 폴란드(26위)의 조별리그 1차전이 0-0으로 승패 없이 끝났다. 묘하게 상위 랭커 멕시코가 떨어지고 폴란드가 16강에 올랐다.
결국 한국이 브라질을 이기고 8강에 진출하게 되면 이 경기장에서 역변을 일으킨 최초의 국가가 되는 셈이다. 한국이 8강에 오르면 다시 익숙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으로 돌아가서 일본-크로아티아전 승자를 맞이하게 된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