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드리블 전에 누가 패스해줬더라.'
'노쇼' 논란으로 미움을 받던 포르투갈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가 한국의 16강행 도우미로 국내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한 명의 포르투갈 베테랑 페페(39, 포르투)가 손흥민의 80m 드리블의 시작을 도왔다고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3일(한국시간) 포르투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1로 승리하면서 16강 무대를 밟았다. 가나전에서 2-0으로 승리한 우루과이와 승점(4), 골득실(0)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불가능할 것 같던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히카르두 호르타에게 먼저 실점해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전반 27분 김영권의 동점골로 평정심을 찾은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극적인 역전골을 성공시켜 승부를 뒤집었다.
무엇보다 김영권의 득점과 황희찬의 역전골로 이어진 손흥민의 장거리 드리블을 도운 도우미가 포르투갈 선수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호날두는 1-1로 팽팽하던 상태에서 이강인 올린 코너킥에 목덜미를 맞았다. 이 공은 김영권 앞에 떨어지면서 골로 연결됐다.
황희찬의 역사적인 역전골은 우리 진영 박스 근처에서 출발한 손흥민의 80m 드리블에서 비롯됐다. 추가시간으로 접어들자마자 포르투갈이 코너킥 상태였고 페페가 강하게 헤더를 날렸다. 이 공은 공교롭게도 손흥민에게 떨어졌고 역전골의 출발점이 됐다. 페페가 손흥민에게 특급 패스를 해준 셈이다.
네티즌들은 페페가 왜 그렇게 달려들며 강하게 헤더를 날렸는지 의아해 했다. 우리 수비 방해가 있긴 했지만 굳이 골대 반대 방향으로 공을 강하게 보냈기 때문이다.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남은 시간 공을 소유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페페는 이날 호날두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조규성과 잠깐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느릿느릿 걸어나가던 호날두에게 "빨리 나가라"고 외친 조규성에게 다가가서 뭔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수비수 페페는 경기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과 김민재 두 선수 모두 빠르고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칭찬했고 "한국팀은 역습이 빠르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런 페페였기에 손흥민에게 전달된 패스는 호날두 못지 않은 도우미로 부각되기에 충분했다.
페페는 레알 마드리드(2007~2017년)에서 오래 뛴 세계적인 센터백이다.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주전으로 뛸 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카드도 불사할 만큼 거친 수비로도 정평이 나있다. 그런 페페가 한국팀에게 귀중한 선물을 안긴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한반두(한반도와 호날두 합성어)', '12번째 국가대표' 등 호날두를 향해 비아냥 섞인 찬사를 보내고 있는 한국 네티즌이다. 하지만 호날두에게 패스한 선수가 페페였다는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페페는 호날두처럼 한국팬들과 악연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호날두는 지난 2019년 이른바 '노쇼' 논란으로 한국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다. 당시 이탈리아 유벤투스 일원으로 방한했던 호날두는 45분 의무 출전 조항까지 무시하며 벤치에만 머물렀다. 호날두는 자신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실망을 안긴 채 돌아간 바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