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리더. 레전드."
마스크가 가려도 상대 수비가 둘러싸도 손흥민(30, 토트넘)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주장 손흥민이 마스크를 쓴 채 80m를 내달리며 '알 라이얀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의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승 1무 1패(골득실 0, 4득점 4실점)을 기록했고, 가나를 2-0으로 꺾은 우루과이도 1승 1무 1패(골득실 0, 2득점 2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이 다득점에서 앞서며 극적으로 조 2위를 차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적 뒤에는 주장 손흥민의 책임감이 있었다. 그는 이번 대회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마스크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2일 왼쪽 눈 주위 네 군데가 골절됐고, 4일에야 수술대에 올랐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월드컵을 뛰어서는 안 되는 상태다.
손흥민 역시 승리 후 "사실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 아직 수술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됐다. 뼈가 붙는데 최소 세 달은 걸린다"라면서 "아직도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경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팀을 이끌고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위치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 내 마음"이라는 그의 어깨는 '주장의 무게'로 가득했다.
결국 손흥민은 마지막 순간에 팀을 구해냈다. 그는 탈락이 눈앞이던 후반 추가 시간 80m 가까이 폭풍 질주한 뒤 황희찬에게 수비수 다리 사이로 패스를 건넸다. 시야를 가리는 마스크도 그를 둘러싼 6명의 수비수도 손흥민의 투지를 막을 수 없었다.
손흥민은 극적인 승리 후 마스크까지 벗어 던진 채 경기장 위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간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직도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눈물 흘리는 손흥민의 모습은 모두에게 감동을 안겼다.
'ESPN'도 손흥민을 위한 헌사를 바쳤다. 매체는 "손흥민은 왼쪽 눈 주변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은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을 위해 월드컵에 나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리고 그는 91분에 한국을 16강으로 이끄는 도움을 기록했다"라며 "캡틴. 리더. 레전드"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제 손흥민은 또 하나의 기적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너무 좋지만, 사실 끝난 것은 아니다. 항상 16강을 이야기했지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나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의 기적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오는 6일 오전 4시 G조 1위 브라질과 16강에서 맞붙는다. 물론 상대가 'FIFA 랭킹 1위' 브라질인 만큼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지만, 손흥민의 말대로 한 번 더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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