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부상인 김민재(26, 나폴리)를 대신한 권경원(30, 감바 오사카)이 부담스런 중앙 수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 '카타르의 기적'에 힘을 보탰다.
권경원은 3일(한국시간) 0시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 출장, 2-1 역전승을 지켜냈다.
김영권과 합을 맞춘 권경원은 전반 5분 만에 히카르두 호르타에게 선제 실점을 내줘 당황했다. 하지만 이후 김영권이 동점골을 터뜨리고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역전골을 넣을 때까지 한국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결국 마지막까지 포르투갈 공격을 봉쇄한 권경원은 한국이 다득점으로 앞서 극적으로 조 2위를 차지, 16강 진출하는 성공을 맛봤다.
권경원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자리에서 "너무 감사했다. 모든 것들이 그랬다. 이런 큰 무대에서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감사하다' 했다"고 밝혔다.
김민재를 대신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부담감은 처음 조금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부담을 느낄 자리가 아니라 감사함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자리다 싶었다. 그런 마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첫 골 일찍 내준 것에 대해 "빨리 실점을 내줘서 더 이상 무너지면 못 일어난다고 봤다. 다시 정비하면 문제 없다고 봤다. 그 때 마음가짐을 더 잘 다졌다"고 설명했다.
이제 16강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권경원은 "지금 선수들 전체가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니까라는 생각이다. 회복을 잘하고 상대 분석 많이 하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본다"면서 "상대가 브라질이라도 상관 없다. 올라오는 모든 팀이 강하다. 우리가 우리 축구를 하는게 중요하다. 벤투 감독님의 축구를 우리가 얼마나 더 보여주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권경원은 호날두를 잘 막았다. 이에 "팀으로 막으면 됐다. 호날두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자주 가 있었다. 워낙 위에서 수비를 잘해줘 큰 부담은 없었다"고 웃었다.
후반 36분 김영권이 교체되면서 권경원의 부담이 커졌다. 이에 그는 "영권이형이 갑자기 나가게 되면서 비기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정우영 형과 우리는 무조건 버텨야 한다. 위에서 알아서 해결할테니 버티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권경원은 "민재 대신 나간다는 말은 오늘 점심 미팅 때 알았다. 처음에는 '민재처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을 바꿨다. 여기는 부담감을 갖는 자리라기 보다는 감사함으로 이 한몸 바쳐서 뛰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편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권경원은 다음 경기에 대해 "민재가 꼭 뛰었으면 좋겠다. 팀에 너무 중요한 선수고 민재가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민재가 들어온다면 전력적으로 상승이 된다. 꼭 민재가 회복해서 뛰었으면 한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마지막으로 권경원은 승리의 기쁨을 한마디로 말해달라는 요청에 "안믿겨진다. 아까 라커룸에서 진짠가 생각이 들더라. 진짜더라"면서 "전북 현대 우승보다 더 기쁘다"고 웃었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