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0, 토트넘)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에서도 눈물을 쏟아냈다.그러나 이번만큼은 좌절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의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승1무1패(골득실 0, 4득점 4실점)을 기록했다. 우루과이는 가나에 2-0으로 승리하며 1승1무1패(골득실 0, 2득점 2실점)을 기록했다. 다득점에서 앞서 한국이 극적으로 조 2위를 차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골망을 가르며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주장 손흥민은 극적인 승리 후 경기장 위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간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1, 2차전 모두 마스크 투혼을 불태웠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며 부담감을 느꼈을 터였다.
손흥민이 월드컵 무대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펑펑 울었다.
8년 전 22세에 불과했던 '막내' 손흥민은 알제리를 상대로 골을 넣고도 패배 후 눈물을 쏟았다. 그는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누구보다 간절했다. 손흥민은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 두 경기 연속골을 쐈지만, 아쉽게도 16강 진출이 좌절된 사실을 깨닫자마자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된 손흥민은 카타르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가나전 분패 이후 좀처럼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고, 잔디 위에 주저 앉아 눈물을 닦았다. 그는 고개를 떨군 채 옷으로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흘린 눈물은 감격의 눈물이었다. '알 라이얀의 기적'이 완성되자 손흥민은 마스크를 내던지며 모든 감정을 잔디 위에 쏟아냈다.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눌 때도 부상 여파로 퉁퉁 부은 그의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손흥민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고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각보다 더 잘해줬다"라며 "주장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생각보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제 손흥민은 또 하나의 기적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너무 좋지만, 사실 끝난 것은 아니다. 항상 16강을 이야기했지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나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의 기적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오는 6일 오전 4시 G조 1위 브라질과 16강에서 맞붙는다. 물론 상대가 'FIFA 랭킹 1위' 브라질인 만큼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지만, 손흥민의 말대로 한 번 더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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