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경기를 뛰고도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러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승1무1패(골득실 0, 4득점 4실점)을 기록했다. 우루과이는 가나에 2-0으로 승리하며 1승1무1패(골득실 0, 2득점 2실점)을 기록했다. 다득점에서 앞서 한국이 극적으로 조 2위를 차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수문장 김승규는 "오늘이 정말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경기에서 도움이 많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 결과가 오늘 나온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미안함을 던 것 같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승규는 "솔직히 경기를 뛰고도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TV로만 보던 모습이었는데 제가 직접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라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이날 먼저 경기를 마친 한국은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끝나기만을 초조히 기다렸다. 선수들도 팬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김승규는 "진짜 이렇게 시간이 안 갈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1초, 10초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저희가 문자 중계도 보고 영상도 보고 있었는데, 우루과이의 찬스 때마다 저희 찬스 때보다 더 떨렸다"라고 되돌아봤다.
당시 주장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 김승규는 "우루과이 경기가 안 끝났기 때문에 저희가 아직 16강 진출 확정을 짓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저희 선수들이 잘했고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승규는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에서 감독님이 벤치에 없는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싫었다. 마지막에는 벤치에서 다 같이 감독님이랑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승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쟁쟁한 포르투갈 선수들의 슈팅을 번번이 막아냈다. 황희찬이 만들어낸 '알 라이얀의 기적'은 김승규가 뒤에서 지켜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승규는 "초반에 먼저 실점하긴 했지만, 가나전 때 1-0으로 끝나는 것과 2-0으로 전반전이 끝나는 것은 정말 큰 차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생각 안 하고 무조건 1-0으로라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라며 "일단 이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우선 1-0으로라도 잘 버텨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저희에게 찬스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은 16강에서 G조 1위와 맞붙게 된다. 현재로서는 지난 6월 붙어봤던 브라질이 유력하다. 김승규는 "저희가 지난 평가전에서 실점은 많이 했지만, 저희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했었다. 이제 뭐 한번 맞아봤기 때문에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