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그 자체.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을 위해 모국과 맞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일(한국시간) 0시 카타르 알 라이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과 맞붙는다.
가나에 아쉽게 패한 한국은 1무 1패를 기록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물론 아직 16강 희망은 남아 있다. 다만 무조건 포르투갈을 꺾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한국은 일단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해 승점 3점을 추가한 뒤 우루과이와 가나의 맞대결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우루과이가 가나에 패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있다.
반면 포르투갈은 2승으로 16강행을 확정지은 상황.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어느 정도의 로테이션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부상 선수들도 있다.
이날 경기는 벤투 감독의 입장에서 모국인 포르투갈을 상대로 칼을 겨누는 것이다. 특히 20여년 전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로 뛰었으나 한국에게 패하며 월드컵 탈락을 맛본 바 있다.
여기에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한국과 계약이 종료된다.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임하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재미있는 점은 벤투 감독이 한국 감독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포르투갈을 잡고 기적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국민이자 한국 사령탑으로 묘한 감정에 대해 말했다. 그가 가장 아이러니할 것 같다고 말한 순간은 바로 양 국의 국가가 나오는 부분.
전날 열린 기자 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사실 포르투갈 국가가 울릴 때 묘한 감정이 들 것 같다. 나도 아마 따라부를 것이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국민으로 죽을 때까지 내 나라에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난 한국 감독으로 4년 넘게 코칭을 해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면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포르투갈 국민이지만 한국 사령탑으로 반드시 모국을 꺾어야 하는 벤투 감독. 그가 과연 4년여를 함께 한 선수들에게 첫 승리를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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