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가 말을 안 들어도, 16강 진출 확률이 9.9%에 불과해도 김민재(26, 나폴리)는 꺾이지 않는다. 그는 '괴물 수비수'답게 그저 앞만 바라보고 준비할 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일(한국시간) 0시 카타르 알 라이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과 맞붙는다.
가나에 아쉽게 패한 한국은 1무 1패를 기록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물론 아직 16강 희망은 남아 있다. 다만 무조건 포르투갈을 꺾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한국은 일단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해 승점 3점을 추가한 뒤 우루과이와 가나의 맞대결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우루과이가 가나에 패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을 9.9%로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표팀 수비의 핵인 김민재의 몸 상태다. 그는 훈련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음에도 가나전 출전을 강행했다. 결국 그는 추가시간까지 92분을 소화한 뒤에야 스스로 교체를 요구하며 권경원과 임무를 교대했다.
김민재는 절뚝거리면서 경기장을 빠져나왔고, 그의 종아리는 얼음팩과 랩, 근육 테이프로 칭칭 감싸져 있었다. 그의 처절한 부상투혼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민재는 패배 후 대표팀 선배 구자철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며 크게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이스타TVxKBS'의 영상 속 구자철은 "민재한테 문자를 받았다. 세 번째 실점에서 자기 위치가 잘못돼서 실점한 것이 아니냐며 냉정하게 얘기해달라고 하더라. 너무 슬프지 않나"라고 전했다. 김민재는 팀의 패배를 자신의 잘못에서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민재의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구자철에게 보낸 질문 역시 다음 경기 실점하지 않기 위한 피드백일 뿐이었다. 나상호에 따르면 가나전 이후 그와 김민재, 김문환은 실점 상황을 두고 서로 잘못한 점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더 이상 실점하지 않도록 맞춰가고 있던 것이다.
이재성의 인터뷰에서도 김민재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김민재는) 일반 생활과 운동하는 데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워낙 내색하지 않는 선수다.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고맙다"라며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큰 문제없을 것"이라며 김민재에 대한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물론 여전히 김민재의 포르투갈전 출전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는 29일 사이클을 타면서 30분 정도 회복훈련을 소화한 뒤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고, 30일에도 호텔에 남아 휴식과 치료에 집중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포기하지 않고 '도하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벤투 감독 역시 김민재의 빈자리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만약 김민재가 만약 못 뛸 경우 대안을 묻는 질문에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단호하게 가능성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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