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이재영을 원했나…71세 노감독, 3승 38패 남기고 씁쓸히 퇴장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12.01 06: 10

이래서 이재영 영입을 원했던 것일까. V리그 최고령 사령탑이었던 김형실(71)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결국 신생팀을 리그에 정착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29일 “김형실 감독이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라며 “김형실 감독의 뜻을 수용하고, 차기 사령탑 선임 전까지 이경수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V리그 여자부의 막내 페퍼저축은행은 신생팀의 리그 정착을 이끌 지도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 김형실 감독을 낙점했다. 1975년 현역에서 은퇴한 김 감독은 곧바로 미도파 배구단 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자대표팀 코치 및 감독과 대한민국배구협회 전무이사 등을 통해 현장 경험을 축적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을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으로 이끌며 큰 주목을 받았다.

김형실 감독 / OSEN DB

김형실 감독은 취임 당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여자배구 제7구단 창단이 이뤄진 점에 대해 배구인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페퍼저축은행의 신임 감독으로서 여자배구 발전과 신생팀 부흥을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신생팀의 새롭고 신바람 나는 배구를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실 감독은 다른 구단에서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어린 유망주들을 데리고 첫 시즌 3승 28패(승점 11)를 기록했다. 6위 흥국생명에 승점 20점 뒤진 최하위였지만 개막 6경기 만에 감격의 창단 첫 승을 올렸고, 이후에도 탄탄한 짜임새와 패기를 앞세워 쉽게 물러서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페퍼저축은행은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 각각 1승씩을 추가하며 다음 시즌 전망을 밝혔다.
페퍼저축은행 / OSEN DB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2년차를 맞아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최대 약점이었던 세터 포지션 보강을 위해 FA 시장에서 3년 총액 9억9000만원에 이고은을 영입했고,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와 신인 드래프트서 나란히 최대어 니아 리드와 어르헝을 뽑으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하나 더. 페퍼저축은행은 과거 학교폭력 가해 파문으로 중징계를 받은 아웃사이드 히터 이재영 영입 의사를 드러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페퍼저축은행은 소속팀이 없는 이재영과 두 차례 만남을 가졌고, 김 감독은 “구단이 이재영과 만나서 오히려 감사하다. 다른 구단도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이재영을 영입하려는) 생각은 같을 것이다. 구단에서 베테랑이나 에이스 영입을 검토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2년차를 맞아 비상하지 못했다. 지민경, 하혜진, 어르헝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주전들의 부진이 맞물리며 개막 10연패(승점 1) 수렁에 빠졌다. 승점은 11월 6일 홈에서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따낸 1점이 유일했고, 8세트를 따는 사이 30세트를 내주며 세트득실률이 0.267에 그쳤다. 김형실 감독은 11월 27일 화성에서 지난 시즌 3승 중 2승을 거둔 IBK기업은행에게도 패하자 결국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V리그 7번째 심장을 뛰게 할 적임자로 꼽혔던 김형실 감독은 결국 41경기 3승 38패(승률 .073)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씁쓸히 페퍼저축은행 지휘봉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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