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표팀 선수단이 큰 위기에 처했다. 그들의 가족을 인질 잡은 이란 정부가 선수들에게 보복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란은 30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3차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0-1로 패했다.
이로써 이란은 승점 3(1승 2패)에 머무르면서 다시 한번 16강 문턱서 좌절하고 말았다. 앞서 웨일스를 2-0으로 완파하며 희망을 살렸던 이란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문제는 이번 패배가 단순한 아쉬움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30일 미국 '뉴욕 포스트'는 CIA 출신 마이크 베이커의 말을 빌려 "이란 대표팀은 미국전 패배 이후 이란 정부의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이란은 격렬한 정부 반대 시위로 들끓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던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후 의문사를 당하며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이란 내 비영리단체 인권운동가들에 따르면 451명의 시위대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 사르다르 아즈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란 정부를 정통으로 비판했고, 대표팀 선수들 역시 시위대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경기장을 찾은 이란 팬들 역시 아미니의 이름이 쓰인 유니폼과 피켓을 들고 정부 반대 메시지를 표현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숙적 미국과 맞대결을 앞두고 가족들을 인질 삼아 선수들을 협박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이란 선수들은 잉글랜드전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은 뒤 이란 혁명수비대원들에게 불려갔고, 또 그러면 그들의 가족들을 고문하고 폭행할 것이라는 협박을 들었다. 결국 이란 선수들은 미국전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국가를 따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이란 정부에 보복당할 위기에 처했다. 베이커는 "이란 선수단은 불충 행위와 적에 패배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귀국 시 벌금을 물거나 체포될 수 있다"라며 "선수들이 다른 나라로 망명할 수도 있겠지만, 고국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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