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릴라’는 그날 호날두가 한 연기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알 일라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다. 아랍어로 ‘여행’을 의미하는 알 릴라는 친환경 수성 잉크와 수성 접착제로 제작됐다는 것 외에도 놀라운 기능을 갖고 있다. 공 안쪽에 최첨단 센서가 내장돼 있어 오프사이드 판독은 물론 볼 터치 여부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논란의 상황은 한국시간 29일 벌어진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 포르투갈-우루과이전에서 나온 골 장면이다.
우루과이를 밀어붙이던 포르투갈은 후반 9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왼쪽에서 공을 잡은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중앙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감아올렸다. 곧이어 골문으로 쇄도하던 호날두가 공에 머리를 대는 듯 보였고,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호날두는 득점이 터지자마자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어 하늘을 가리킨 채 코너 부근으로 달려갔다. 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곧바로 크로스를 올려준 브루노의 품에 안겼고, 동료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호날두는 이후로도 두 손을 불끈 쥐며 열광적인 세레머니를 펼쳤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호날두는 특유의 ‘호우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페르난데스를 향해 환호하며 달려가기만 했다. 페르난데스를 껴안았고 포효했다. 그걸로 세리머니가 끝이었다.
잠시 뒤 이유가 밝혀졌다.
공은 호날두의 머리에 스친 것이 아니라 아예 맞지 않았다. 브루노의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이 골은 브루노의 득점으로 공식 기록됐다.
호날두가 전매특허인 ‘호우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것도 공이 자신의 머리에 닿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포르투갈은 축구협회까지 나서서 이 골이 호날두의 것으로 인정되기를 바랐다. FIFA에 항의까지 했다.
그러나 ‘알 릴라’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알 릴라의 제조사인 아디다스가 “호날두의 머리가 공에 접촉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발표를 했다.
아디다스는 30일, “알 릴라에 적용된 첨단 기술로 호날두의 비접촉 사실을 분명히 증명할 수 있었다. 볼 안에 있는 센서에는 어떠한 외력도 측정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골의 주인을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발표였고, 주요 외신들이 이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한국시간 12월 3일 0시 카타르 알 라이얀에 있는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머쓱해진 호날두가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