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웨일스는 무려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이었다.
웨일스의 수비수 네코 윌리엄스(21)는 64년 만에 출전한 웨일스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비운'으로 시작해 ‘불운’으로 끝났다.
윌리엄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B조 최종 3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장했다.
잉글랜드의 공격을 막아내던 그는 전반 33분 마커스 래쉬포드의 강력한 슈팅을 근거리에서 머리로 막아냈다. 엄청난 속도의 공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서 충격으로 쓰러졌다.
의료진이 들어와 윌리엄스의 몸 상태를 살폈는데, 그는 2분 정도 앉아서 안정을 찾고자 했다. 계속해서 뛰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으나 1분 후 코너 로버츠와 교체됐다. 윌리엄스는 뇌진탕 증세로 전반 36분에 교체됐다.
영국 매체 '선'은 팬들은 SNS에서 트윗으로 그를 향해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팬은 "네코 윌리엄스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영 보이가 계속 남아 뛰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응했다. 또 다른 팬은 "윌리엄스가 부상을 입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걱정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윌리엄스의 마지막 경기였다. 뜻하지 않은 부상, 불운이었다.
앞서 웨일스는 미국과 1-1 무승부, 이란에 0-2 패배를 기록했다. 2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긴 웨일스는 잉글랜드에 큰 점수 차로 승리하고, 미국과 이란이 무승부를 기록해야만 16강 진출 경우의 수가 만들어지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탈락 가능성이 높은 경기에서 윌리엄스는 35분도 채 뛰지 못하고 교체된 것이다. 벤치로 돌아가는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사실 윌리엄스는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부터 시련을 겪었다. 지난 22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미국과 1-1 무승부로 끝난 후 눈물을 흘리며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는 미국전을 앞두고 전날 비보를 전해 들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윌리엄스는 미국전이 끝난 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가정사를 알렸다. 그는 "어제 밤 어머니로부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가 마주쳐야 했던 가장 힘든 소식이었다. 하루종일 울다가 경기를 시작하기까지 정말 힘들었지만, 팀원들과 가족들의 응원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감사 마음을 전했다.
밤새 눈물 흘리며 할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가슴 아파했던 윌리엄스는 미국전에서 후반 34분 교체되면서, 자신을 따라오는 TV 카메라를 향해 눈물 흘리며 "(오늘 경기는) 당신을 위한 거였어요,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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