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동료들이 놀란 이유가 있었다. 이강인(21, 마요르카)이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에 2-3으로 패배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아 나갔지만, 슈팅 두 차례를 내준 것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며 0-2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공격 역시 매끄럽지 않았다. 측면까지 전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좀처럼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 점유율은 높았으나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벤투 감독의 승부수는 이강인이었다. 후반 12분 교체로 경기장에 나선 그는 투입 1분 만에 경기를 바꿨다. 이강인은 들어가자마자 좋은 압박으로 상대의 공을 뺏어낸 뒤 곧바로 택배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조규성이 머리로 밀어 넣으며 추격골을 터트렸다.
이후로도 이강인은 날카로운 프리킥과 번뜩이는 패스를 보여주며 공격에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했다. '왜 이제서야 나왔을까'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엄청난 맹활약이었다. 나상호와 마찬가지로 이강인 역시 후반 시작과 동시에 들어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강인은 계속해서 벤투호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왔다. 앞서 황희찬은 "강인이는 좋은 기술을 가진 좋은 선수다. 훈련에서도 호흡이 잘 맞는다. 스루패스를 잘 넣어준다"라고 감탄했고, 조규성 역시 "(이강인의 킥은) 너무 날카롭다. 공이 빨라서 잘 준비해야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조규성-이강인 조합은 이날 경기장 위에서 불을 뿜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강인은 "팀을 도와줄 생각밖에 없었다. 경기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열심히 뛰고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라며 당시를 되돌아봤다.
이제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해 무조건 포르투갈을 꺾은 뒤 우루과이가 가나를 꺾어주길 기대해야 한다. 경우의 수를 따지기 위해서는 다득점 역시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이강인 선발 카드'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이강인은 "선발로 뛰고 안 뛰고는 감독님이 결정해주시는 것이다. 감독님의 결정을 100% 신뢰한다. 뛸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겠다"며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각오했다.
어쩌면 이제 정말 단 한 경기 남았을지도 모르는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오롯이 한 명의 감독과 4년을 함께한 최초의 월드컵이자 이강인의 첫 월드컵이 벼랑 끝에서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드라마는 이강인의 왼발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finekosh@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