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0, 토트넘)이 2경기 연속 침묵했다. 하지만 누가 그를 비판할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카타르 월드컵 2022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에게 전반전만 두 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했다. 1무1패의 한국은 강호 포르투갈과 3차전을 반드시 크게 이겨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의 활약이 다소 아쉬웠던 경기였다. 우루과이전에서 유효슈팅 0개를 기록했던 손흥민이었다. 가나전 그의 첫 골을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터지지 않았다.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두 세 명의 선수들이 애워싸 그를 저지했다.
한국은 전반전에만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포기하지 않은 한국은 후반전 조규성의 멀티골이 터졌다. 그럼에도 쿠두스 모하메드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손흥민은 2-3으로 추격하는 경기 막판 마스크를 쓰고 헤더까지 시도했다. 안면부상 후 자제해왔던 공중볼 경합이었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그만큼 절박했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추가시간 한국의 코너킥 기회도 주지 않고 경기를 끝내버렸다. 손흥민과 김영권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벤투 감독까지 화를 냈다가 레드카드까지 받았다. 허탈하게 패한 손흥민은 결국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까지 보였다. 그만큼 꼭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다.
유소년 시절부터 손흥민을 잘 아는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손흥민을 상대로 준비한 맞춤형 수비가 적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손흥민이 박스 외곽에 있으면 우리 풀백들이 따라가서 크로스를 막으려고 했다.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들어오면 미드필더들이 협력수비로 막았다. 수비를 아주 잘했다”고 만족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힘들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부상까지 참고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이길 수 없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진짜 많이 고생했는데 결과가 이렇게밖에 안 돼서 미안하다. 응원해주신 팬분들한테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사과했다.
멀티골을 넣은 조규성에게도 미안함을 표했다. 손흥민은 “규성이한테 미안하다. 두 골을 넣으면서 팀을 캐리했는데, 승리를 못 챙겨준 것 같아 미안하다. 규성이가 좋은 선수인 것은 K리그에서도 계속 증명해 왔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뿌듯하지만, 결과가 너무 아쉬워서 그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한국은 아직 16강 진출 기회가 있다. 벤투 감독이 퇴장으로 자리를 비울 포르투갈전은 선수들이 더 똘똘 뭉쳐야 한다. 손흥민은 “진짜 마지막 경기가 남아 있는데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저부터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마지막 경기를 잘 준비해서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알 라이얀(카타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