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호(26, FC서울)의 진단은 냉철했다. 그는 아쉬운 심판 판정에 신경 쓰기보다는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되돌아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에 2-3으로 패배했다.
한국은 전반 24분과 34분 모하메드 살리수,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연달아 실점을 허용했지만, 후반 13분과 16분 조규성의 연속 골로 2-2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후반 23분 쿠두스에게 한 골을 더 내주며 2-3으로 무릎 꿇고 말았다.
지난 우루과이전 선발 출전해 맹활약했던 나상호는 이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특유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측면 돌파로 득점 기회를 엿봤다. 특히 후반 16분에는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며 동점골의 기점 역할까지 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나상호는 "팬분들이라면 모두 아쉬울 것이다. 선수들도 정말 아쉬워하고 있다. 이번 경기가 정말 중요했지만,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너무 아쉽고 죄송스럽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상호는 "월드컵을 치를 각오로 단단히 준비해 왔다. 또 이 자신감으로 내가 세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좋은 퍼포먼스를 가져올 수 있었다"라며 "그래도 아직 한참 부족하다. 슈팅이나 돌파 부분에서 좀 더 보여준다면 더 자신 있게 플레이해서 공격 포인트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벤투호는 전반에 0-2로 끌려갔지만, 후반전 달라진 모습으로 동점을 만들기도 했다. 나상호는 "전반전에는 우리가 하고자 했던 플레이들이 나오지 못해서 아쉬웠다. 후반전에는 가나가 내려앉아 지키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가 밀 수 있었다"라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잘해서 두 골을 따라가면서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실점은 모든 선수가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후반 이강인이 교체 투입된 이후 공격력이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그는 날카로운 택배 크로스로 조규성의 만회골을 돕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상호는 "우리는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다 잘할 수 있다고 서로를 믿고 있다. 강인이는 킥력이 좋고 공격적인 패스와 스루패스로 공간 침투 패스를 해줄 수 있는 선수다. 그래서 나도 믿고 침투했다. 강인이의 킥 덕분에 공격 기회와 득점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경기 막판 한국은 코너킥 기회를 얻었다. 추가시간 1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가나의 부상 치료로 지연된 시간이 있었기에 선언된 코너킥까지는 진행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곧장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고, 이에 항의하던 벤투 감독은 퇴장당했다.
나상호 역시 "코너킥까지 찰 줄 알았는데 거기서 끝내는 바람에 너무 아쉬웠다"라면서도 "그 코너킥 하나로 골이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전에 우리가 실점을 한 것이 가장 큰 패배 요인이다. 코너킥을 떠나서 우리가 실점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할 것 같다"라고 냉철히 진단했다.
이제 한국은 내달 3일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승리가 꼭 필요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