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벨기에를 잡은 모로코 공격수 압델하미드 사비리(24, 삼프도리아)가 한 달 전 자신의 골 약속을 지켜 관심을 모았다.
사비리는 27일(한국시간) 오후 10시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F조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2-0 승리에 기여했다.
사비리는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후반 23분 아슈라프 하키미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5분 뒤인 후반 28분 벨기에 진영 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서 골을 터뜨렸다.
사비리가 감아 찬 공은 문전으로 날아가다가 급격하게 골대 쪽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공은 바운드가 되면서 골문으로 빨려들었고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도 손을 쓸 수 없었다. 바로 앞에서 로마인 사이스가 쿠르투아의 시선을 가려 공이 날아오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11월 28일생 사비리에게는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는 득점이었다. 또한 사비리의 이 득점으로 모로코는 조 2위(승점 4)에 오르며 16강 진출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모로코는 2연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캐나다를 상대로 최종전을 펼친다. 캐나다를 꺾으면 모로코는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모로코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역사상 두 번째 16강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사비리가 자신의 골을 한 달 전 스스로 예언했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에 공개된 36초짜리 인터뷰 영상을 보면 사비리는 소속팀 삼프도리아 유니폼을 입은 채 앉아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사비리는 "11월 28일 벨기에와 경기를 하는 날이 바로 내 생일날"이라면서 "벨기에와 경기에서 내가 골을 넣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사비리는 '이 영상을 공개해도 되겠냐'는 물음에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면서도 "지금은 안된다. 하지만 영상을 갖고 있다가 그 경기 후 공개하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하루 차이가 났지만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사비리는 3살 때 모로코에서 가족들과 함께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성장한 사비리는 5부리그팀 슈포르트프로인데 지겐에서 성인 무대를 밟았고 2016년 뉘른베르크 2군으로 시작해 뉘른베르크 1군, 허저드필드 타운, 파더보른, 아스콜리 칼초 등을 거쳐 이탈리아 세리에 A 삼프도리아에 입성했다.
21세 이하 독일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사비리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대신 모로코 유니폼을 선택했다. 그리고 1994년 미국 대회에서 모로코가 벨기에에 0-1로 패한 설욕을 28년 만에 해낸 주역이 됐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