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세계적 강호 우루과이에게도 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4일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카타르 월드컵 2022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0로 비겼다. 같은 조의 포르투갈이 가나를 3-2로 제압하고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공동 2위로 16강 진출을 노린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고수했던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원톱 황의조에 손흥민, 이재성, 나상호의 2선이다. 황희찬을 나상호로 바꾼 것이지만 큰 틀은 같았다. 정우영과 황인범 역시 4년 내내 벤투가 중용했던 허리자원이다.
벤투가 아이슬란드와 최종전에서 스리백을 실험했지만 역시 ‘플랜B’였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 포백이 나섰다. 오른쪽 풀백의 주전경쟁이 치열했지만 김문환이 낙점됐다.
우루과이전을 앞둔 김진수는 “선수들끼리 서로가 우리가 해왔던 축구가 어떤 축구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감독, 코칭스태프들, 선수단을 다 믿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축구에 의심은 없다”며 벤투 감독에게 확고한 믿음을 보였다.
언론과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벤투호가 아시아를 상대로는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빌드업 축구’를 할 수 있지만, 우루과이 등 세계적 강호를 상대로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벤투의 뚝심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다.
마침 사우디가 극단적인 수비축구로 아르헨티나를 잡았다. 일본 역시 선수비 후역습 전략이 맞아떨어져 독일을 침몰시켰다. 반면 벤투는 아시아예선에서 썼던 ‘맞불작전’을 화력 좋은 우루과이에게 그대로 들고 나왔다.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기우였다. 한국선수들은 언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싸웠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페데리코 발데르데가 황인범과 정우영의 협력수비에 막혀 공을 뺏겼다. 전반 20분까지는 한국이 우루과이를 압도적으로 점유하며 소위 ‘가둬 놓고 패는’ 축구를 했다.
FIFA의 데이터에 의하면 한국은 경기 점유율은 39%로 우루과이의 50%에 밀렸다. 하지만 전반전에는 한국의 점유율이 45%로 42%의 우루과이를 앞질렀다. 전체적인 경합비율도 11%에 달했다. 한국이 거의 대등한 허리싸움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공격 중에서 실제로 빌드업의 비중은 26%를 차지하며 23%의 우루과이보다 높았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조립해가는 벤투의 전략이 적중했다는 의미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회를 잘 만들어놓고 확실한 슈팅으로 마무리하지 못해 득점은 없었다. 이날 우루과이가 10개, 한국이 6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유효슈팅은 단 하나도 없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월드컵에서 두 팀이 유효슈팅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루과이는 디에고 고딘과 페데리코 발베르데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한국은 전반전 황의조의 슈팅이 골대를 넘어간 것이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경기 막판 손흥민의 왼발슈팅도 빗나갔다.
세계최고 미드필더 중 한 명인 발베르데도 한국의 경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전반전 한국이 굉장히 잘했다. 전반전에 볼을 뺏어오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한국의 마킹이 강했지만 구멍을 찾으려 했다”며 한국을 인정했다.
경기 후 빌드업 축구의 성공에 대해 벤투 감독은 “우리가 연습한대로 경기만 한다면 사실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그것을 보여줬다. 이 경기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많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가나전 승리를 자신했다.
우루과이전을 보고 그간 벤투 감독의 축구를 의심했던 기자도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은 벤투 감독을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줄 때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알 라이얀(카타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기록] FIF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