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에서 국내 선도기업으로 부상 중인 위메이드가 예상 밖의 암초를 만났다. 지난 10월 4대 거래소에서 ‘투자 유의종목’에 지정된 지 약 1개월여 만에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투자 유의종목’에 지정된 이후 투자자 불안 해소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던 위메이드에 이번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 닥사)의 결정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상장폐지가 결정되고 하루 뒤인 25일(이하 한국시간)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직접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관한 내용과 앞으로의 대응을 설명하기 위해 나섰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며 감정에 북받치기도 한 장현국 대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업비트의 ‘슈퍼 갑질’”이라고 강조하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대응을 포함, 할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업비트, 왜 저격 대상 됐나… 장현국 대표 “가이드라인 없었다, 비합리적인 결정”
이날 장현국 대표가 직접적으로 ‘슈퍼 갑질’이라는 용어와 함께 비판한 기업은 업비트다. 닥사 측이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이유는 유통계획과 실제 유통량 차이에서 비롯됐다. ‘위믹스’는 지난 10월 예상 유통량보다 30% 가량 차이가 발생해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장현국 대표에 따르면 위메이드가 ‘위믹스’의 유통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업비트다. ‘투자 유의 종목’ 지정 이후 위메이드는 ‘위믹스’의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소명에 나섰다. 하지만 업비트의 대응은 공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현국 대표는 업비트의 ‘슈퍼 갑질’의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지목했다.
먼저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점이다. 유통량 문제가 불거진 뒤 위메이드는 업비트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가기 위해 계산식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비트가 이를 무시해 위메이드는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유통량을 계산했다. 상장폐지 결정을 업비트의 공지를 보고 알게된 것도 문제가 됐다. 장현국 대표는 “우리의 소명이 공지에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누가 보면 위메이드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소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알렸다.
장현국 대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유통계획이 업비트 내 다수 코인들에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현국 대표는 “업비트에서 살펴보면 유통 계획서가 없는 코인이 부지기수다. 왜 ‘위믹스’만 다른 기준으로 처리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현국 대표는 지난 24일 업비트 경영진 중 한명이 SNS를 통해 사전 유출된 기사 이미지를 공유한 사실도 알렸다. 장현국 대표는 “전형적인 그들의 갑질이다. ‘위믹스’는 수많은 한국 투자자와 연관돼 있는데 이들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업비트는 가상화폐라는 사회적 자산을 다루는 회사다. 본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울먹였다.
▲위메이드 상장사 모두 하한가… 장현국 대표 “모든 대응책 열어놓을 것"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핵심 사업인 ‘위믹스’가 암초를 만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25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위메이드는 전일종가 대비 29.89% 하락한 3만 9400원에 거래 중이다. 다른 계열사들도 크게 추락했다. 위메이드 맥스, 위메이드 플레이 모두 각각 전일종가 대비 29.92%, 28.07% 하락하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위믹스’는 70% 가까이 폭락했다.
장현국 대표는 법원에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든 대응책을 열어 놓을 방침이다.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은 “어렵지 않나”라는 지적에 장현국 대표는 “‘위믹스’는 다르다”는 의견을 전했다. 지난해 8월 피카프로젝트의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과 관련, ‘위믹스’는 유통량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다는 것이다.
장현국 대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가 알기로는 피카프로젝트는 유통량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위믹스’는 이와 다르게 유통량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다. 업비트에 제출한 유통계획과 같은 상태다”며 “가처분 신청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후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묻겠다”고 강조했다.
장현국 대표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글로벌로 사업의 축이 옮겨간지 오래다. 장현국 대표는 아직 진출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와도 손잡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장현국 대표는 “위메이드가 한국회사라서 사업 초기단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크다. 다만 우리 사업의 축이 글로벌로 이동했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의 중요성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며 “바이낸스, 코인베이스와도 대화하고 있다. 논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위믹스’ 생태계는 어떻게? 장현국 대표 “영향 받을 일 없다” 자신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선도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위메이드는 오픈 블록체인 플랫폼을 목표로, 위믹스 3.0 독자 메인넷을 출시했으며, 탈중앙금융 서비스 ‘위믹스파이’,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 달러’ 등 블록체인 생태계를 차근차근 구축해왔다. 여기에 온보딩될 게임들도 위메이드의 주력 사업이다.
장현국 대표는 이번 사태의 기존 사업에 대한 영향에 대해 “치명적이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오는 12월 예정된 ‘미르M’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 위메이드플레이가 12월 준비하고 있는 ‘애니팡’ 신작, 소셜 카지노 게임을 차질 없이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장현국 대표는 ‘상장 폐지’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투자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며, 공시 의무를 더욱 확실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현국 대표는 “시시각각 변하는 크립토 시장은 적극적인 공시가 필요할 것 같다”며 “분기 공시를 유지하며, 코인이 1개라도 움직이면 사전 공지해서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현국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 위메이드가 질 책임이 있다면 최종 의사결정자인 내가 지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이 어떻게 관리, 유통돼야 하는지 더 나은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