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월드컵의 무게감은 역시 엄청났다. '괴물' 김민재(26, 나폴리)도 떨게 만들 정도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2022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단단한 수비가 빛났다. 김진수-김영권-김민재-김문환으로 이뤄진 한국의 'KIM' 수비진은 루이스 수아레스(클루브 나시오날)와 다르윈 누녜스(리버풀),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를 모두 막아냈다.
세리에 A를 정복 중인 김민재의 활약도 눈부셨다. 그는 우월한 높이와 빠른 발로 철벽 수비를 펼쳤고, 후반에는 부상 투혼까지 발휘했다.
김민재는 누녜스를 추격하다가 미끄러지며 오른쪽 종아리에 문제가 생겼다. 그는 그대로 쓰러져 통증을 호소했지만, 이내 경기에 복귀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영국 'BBC'도 김민재의 활약에 주목했다. 매체는 경기 후 괴물로 변한 김민재와 작아진 누녜스, 수아레스를 합성한 이미지를 게시하며 "괴물 김민재에게 맞선 우루과이 공격수들에게 기쁨은 없다. 화난 김민재를 좋아할 순 없을 것"이라고 감탄했다.
벤투 감독 역시 김민재를 극찬했다. 그는 경기 후 "김민재의 기량이 아주 뛰어났다. 수비수들이 잘했다. 다만 김민재의 부상이 경기력에 지장을 미쳤다. 이전처럼 경기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수비 라인을 내리지 못했다"며 김민재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는 김민재의 월드컵 첫 경기였다. 그는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정강이뼈가 부러져 출전이 좌절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러나 김민재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완벽한 데뷔전을 치르며 꿈의 무대에 입성했다.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이었지만, 사실 김민재는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그는 경기 후 "경기하면서 긴장한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많이 긴장했다. "땀도 많이 났고 심장도 두근거렸다. 좋은 경험이었다"라며 월드컵 데뷔 소감을 밝혔다.
또한 김민재는 "상대 공격수들이 잘했지만, 우리가 준비한 것이 제대로 통했다"면서 "나 역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고 덧붙였다. 굳은 다짐으로 월드컵의 무게감을 이겨낸 김민재였다.
한편 그는 경기 후 터키 방송 'TRT 스포르'와 인터뷰에서 전 소속팀 페네르바체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민재는 페네르바체 시절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묻는 말에 "유럽의 첫 시즌이었다. 페네르바체가 없었다면, 아예 유럽에서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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