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게 비수를 꽂아야 했다. 동료들이 기뻐해도 득점의 당사자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스위스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브릴 엠볼로(25, AS 모나코)의 기구한 스토리다.
스위스는 24일 카타르 알 와크라 알 자놉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브라질이 절대적 1강으로 평가받고 있는 G조에서 스위스는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전반전은 양 팀 모두 신중한 경기를 펼치며 0-0 균형을 유지했다. 유효슈팅은 카메룬 2개, 스위스 0개였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0-0 균형이 무너졌다. 후반 3분 중앙에서 우측으로 공격을 전개했고 세르단 샤키리의 낮고 빠른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엠볼로가 인사이드로 강하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샤키리를 비롯해 스위스 모든 선수들이 환호했고 기뻐했다. 동료들은 엠볼로를 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정작 엠볼로만 표정이 굳었다. 골을 넣고 그 자리에 서서 양 손을 들어올려 셀러브레이션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마치 클럽 축구에서 친정팀을 향해 골을 넣은 뒤 하는 자세였다.
동료들이 모두 축하를 하고 돌아간 뒤 엠볼로는 주장 그라니트 자카(30, 아스널)의 품에 안겨 잠시 감정을 추스렸다. 자카도 엠볼로를 엠볼로를 다독였다.
왜 엠볼로는 기뻐하지 않았을까. 엠볼로의 조국이 바로 이날 만난 카메룬이었기 때문. 엠볼로는 1997년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5살이던 2003년 가족들은 프랑스로 넘어왔고 이후 스위스 바젤로 이주해 스위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엠볼로의 인생과 선수 생활은 스위스에서 이어졌다. 스위스 명문 FC 바젤 유소년팀에서 착실하게 성정했고 바젤을 거쳐 독을 분데스리가 샬케04, 보르시아 뮌헨글라드바흐, 그리고 현재는 프랑스 리그앙 AS 모나코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잦은 부상으로 기대보다는 잠재력이 모두 터지지 않았지만 탁월한 신체조건은 무시할 수 없었다. 스위스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한 뒤 2015년 3월 미국과의 친선경기에서 스위스 대표팀으로 A매치에 데뷔했다. 현재 카메룬축구협회장이 된 ‘흑표범’ 에투가 엠볼로의 카메룬 대표팀 선택을 위해 설득에 나서기도 했지만 엠볼로의 선택은 스위스였다.
이날 엠볼로의 선제골은 결국 결승골이 됐다. 월드컵 데뷔골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을 향해 비수를 꽂은 엠볼로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