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실점 이유 있었네...이란 감독 "팬들이 선수를 죽이고 싶어 한다니"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2.11.22 13: 49

카를로스 케이로스(69) 이란 감독이 선수들을 비난하는 자국 팬들을 보며 한탄했다.
이란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와 맞대결에서 2-6으로 대패했다. 
이날 이란은 어수선하고 참담한 경기력 끝에 6골을 내줬다. 이란의 메이저 대회 장기였던 ‘늪 축구’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국내 정세와 경기력의 상관관계를 빼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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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지난 9월 중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던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고 이후 의문사를 당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현재 두 달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에이스' 사르다르 아즈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란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 정부가 아즈문의 대표팀 퇴출을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일었고, 실제로 이란의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는 예정보다 늦춰지기까지 했다. 아즈문은 우여곡절 끝에 최종 명단에 승선했으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경기장 내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관중석의 이란 팬들은 공개적으로 정부 반대 메시지를 표하지 않은 선수들을 향해 야유를 보냈고, 이란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알리 카리미의 이름과 'Be-Sharaf(불명예)'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이날 이란 선수들은 시위대를 지지하는 의미로 국가 제창을 거부했지만,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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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로스 감독은 이를 지적했다. 그는 경기 후 "이 선수들이 지난 며칠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들은 단지 축구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말하든, 팬들은 선수들을 죽이고 싶어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케이로스 감독은 "당신이 인생의 한 단계에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말하든, 무엇을 생각하든 죽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들은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해 뛰고 싶어할 뿐"이라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봤을 테니 응원할 준비가 안 된 팬들은 집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뛴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는 "선수들이 처한 상황이 집중하기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경기에 헌신하고 집중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선수들 역시 인간이고 아이들"이라며 "나는 그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들은 일어서서 계속 싸운다. 그들이 한 일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 도중 동료와 머리를 부딪쳐 교체된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골키퍼는 코뼈가 부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로스 감독은 "그는 코가 골절된 것 같다. 우리는 그가 계속 뛸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뇌진탕 징후가 보였다"라고 밝혔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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