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국가대표팀이 입을 굳게 다물며 자국에서 벌어지는 있는 반정부 시위대와 연대감을 보여줬다.
이란 축구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앞서 자국 국가가 연주됐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선수들의 이런 행동은 이란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이란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선수들의 이런 침묵은 이란 국영 TV를 통해 생중계 됐지만 곧바로 중단됐다. 이는 선수들의 국가 제창 거부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고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 9월 수도 테레란에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착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하면서 사위가 촉발됐다. 유족들은 도덕 경찰들이 둔기로 아미니의 머리를 때리는 등 가혹 행위를 한 끝에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란 당국은 이를 강경하게 진압하고 있다.
앞서 이란 대표팀 주장 에산 하지사피(26, 아테네)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목숨을 잃은 반정부 시위대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 출신인 아시아 축구 레전드 알리 다에이(53)는 이 때문에 FIFA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초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다에이는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대부분이 좋지 않은 요즘, FIFA와 카타르축구협회가 나와 아내, 딸들을 월드컵에 공식 초청했다. 하지만 조국에서 당신과 함께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모든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해야 한다고 말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은 이날 잉글랜드에 2-6으로 패했다. 메흐디 타레미(30, 포르투)가 멀티골을 뽑았지만 전반에만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 부카요 사카(아스날), 라힘 스털링(첼시)에게 잇따라 실점하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