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수가 누구지?” “와, 완전히 몰라보겠네.”
21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2 KLPGA 대상 시상식’ 포토월 행사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하는 선수들은 본 행사에 앞서 의무적으로 포토월에 서게 돼 있는데,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는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나 색달랐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은 1999년부터 ‘대상 시상식’을 열어온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의 노림수다. 평소 경기복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에만 익숙한 골프팬들에게 선수들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자는 의도가 깔려 있는 기획이다.
KLPGA는 숫제 ‘KLPGA 대상 시상식’을 복합 스포츠 이벤트로 끌고 가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수상자들의 화려한 변신은 이 같은 전략의 하이라이트다.
시상식에 앞서 KLPGA는 수상자들에게 드레스 코드를 지정한다. 골프웨어가 아닌, 드레스나 한복, 수트을 입고 오도록 유도한다.
21일의 시상식에 등장한 선수들의 화려한 패션도 KLPGA가 제시한 드레스 코드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코드는 역시 ‘드레스’였다.
단순히 드레스로만 분류하기 어려워 화려한 ‘주얼리 드레스’와 댄디한 ‘이브닝 드레스’로 구분해야 할 정도다.
화려한 주얼리 드레스는 대상 수상자 김수지를 비롯해 상금왕 박민지, 생애 첫 우승자(위너스 클럽) 이가영 유효주 황정미, ‘KLPGA 특별상’ 수상자 지한솔 등이 입어 반짝이는 꽃이 됐다.
그 중에서도 김수지와 박민지의 드레스는 상의 무게만큼이나 돋보였다. 김수지가 입은 은회색의 드레스는 공작새의 깃털이 연상될 정도로 우하하면서도 화려했다. 박민지의 드레스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목과 어깨선을 감싸고 있는 주얼리 장식은 드러낸 어깨선을 따라 절제된 형태로 흐르고 있었다. 공격적이면서도 과단성 있는 박민지의 경기 스타일을 대변하는 듯하다.
같은 드레스이지만 상대적으로 차분한 이브닝 드레스 스타일의 의상을 입은 선수들은 ‘K-10 클럽’ 가입자 김지현을 비롯해 신인상 수상자 이예원, ‘KLPGA 특별상’ 조아연, ‘위너스 클럽’ 홍정민 정윤지 등이 있었다.
금빛이 도는 이예원의 드레스에는 ‘아직은 신인’이라는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다. 그러나 어깨를 훤히 드러낸 오프 숄더에서는 숨길 수 없는 잠재력이 엿보인다.
검정색과 흰색이 황금비율로 대비된 드레스의 조아연은 댄디한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조아연의 몸 매무새와 잘 어우러져 ‘드레스 퀸’으로 뽑혀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활동성이 강조된 수트 차림으로는 ‘KLPGA 특별상’의 박지영 유해란 이소미 이소영, ‘K-10 클럽’ 장수연 등이 있었다.
차림새 그대로 쫓아 나가 여느 기업의 프레젠테이너로 나서도 어울릴 것 같은 박지영은 홀인원 후 “(경품이) 아무 것도 없어”라고 외치던 그 성격 그대로를 알 수 있게 했다.
장수연의 올블랙 수트는 10년 이상 연속으로 KLPGA 정규투어에서 활동한 선수만 가입할 수 있다는 ‘K-10 클럽’ 회원의 연륜을 느끼게 한다.
한복풍의 의상도 있었다. 정통 한복은 아니지만 한복의 특유의 디테일이 뚜렷한 드레스도 등장했다. ‘KLPGA 인기상’의 주인공 임희정이었다.
임희정은 어깨선이 한복 고유의 선을 빼닮았고 품이 풍성한 녹색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허리에 두른 띠도 한복의 넓적한 옷고름 형식을 따르고 있다. 임희정은 2021 KLPGA 대상 시상식에서는 정통 한복을 입고 나와 단아한 자태를 뽐낸 적이 있다.
임희정은 100% 팬 투표로 결정되는 ‘인기상’ 경쟁에서 5,098표(17.0%)를 얻어 2863표(9.5%)를 받은 박현경을 제치고 수상자가 됐다. 수수한 한복풍의 차림에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팬심을 끌어모은 근원은 아니었을까?
골프팬들이라면 어떤 선수의 드레스에 어떤 점수를 줄 지 궁금하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