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국내 정세 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첫 경기를 치렀고 결과는 대패였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을 비난하는 팬들을 향해 일갈했다.
이란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2-6으로 대패를 당했다.
이날 이란은 어수선하고 참담한 경기력 끝에 6실점했다. 이란의 메이저 대회 장기였던 ‘늪 축구’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국내 정세와 경기력의 상관관계를 빼놓을 수 없었다.
이란은 9월 중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던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고 이후 의문사를 당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현재 두 달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주포인 사르다르 아즈문은 당시 SNS에 이란 정보룰 비판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 정부가 아즈문의 국가대표팀 퇴출을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아즈문은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사그라들지 않는 중이고 국제사회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상대였던 잉글랜드 역시 이란의 반인권 행태에 항의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국내 정세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게 케이로스 감독의 분석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은 현재 선수단의 상황이 최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경기에 집중하고 헌신하는 측면에서 절대 최상의 환경이 아니다”라면서 “선수들 역시 인간이고 아이들이다. 나는 선수들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들은 이란을 위해 뛰고 국민을 위해 뛴다. 국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단 하나의 꿈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일어서고 싸우고 두 골을 넣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선수들은 잘했고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하지만 6실점 대패에 비난하는 팬들을 향해서는 “하지만 2014년, 2018년 월드컵에서는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지 않았나”라면서 “왜 우리를 응원하지 않기 위해 여기 오나, 그들은 집에 있는 게 훨씬 낫다. 우리는 그들이 필요없다”라고 성토하며 야유를 퍼부은 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패를 당한 이란은 25일 웨일스를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