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란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 속절 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잉글랜드 약점으로 평가받던 수비의 허점은 콕 집어냈다.
이란은 21일(한국시간) 밤 10시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6으로 완패했다.
전반에만 주드 벨링엄, 부카요 사카, 라힘 스털링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일찌감치 고개를 숙인 이란이었다. 이란은 후반에도 사카, 마커스 래시포드, 잭 그릴리시에게 3골을 더 내줬다.
이란은 강력한 수비를 자랑한다. '질식 수비', '늪 축구'로 대변되는 철통 수비를 앞세워 아시아를 정복했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이 수비를 앞세워 한국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사상 첫 월드컵 16강을 꿈꾸고 있다.
그런 이란이 6실점이나 했다는 점은 충격이었다. 잉글랜드 축구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일 수 있다. 잉글랜드는 벨링엄, 사카, 래시포드 등 젊은 공격수와 스털링, 해리 케인 등 공격수의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들었고 그것이 이란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란은 이날 경기 전반 8분 만에 계획이 차질이 생겼다.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전반 8분 수비수 호세이니와 서로 얼굴을 맞부딪히는 바람에 부상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호세이니는 바로 일어났지만 코피를 쏟는 등 뇌진탕 증세를 보인 베이란반드는 8분이 흐른 전반 16분이 돼서야 일어났다. 하지만 베이란반드는 전반 18분 스스로 벤치에 교체 사인을 내고 다시 쓰러졌다. 결국 이란은 A매치 50경기에 나섰던 베이란반드 대신 4경기에 불과한 호세인 호세이니를 투입해야 했다.
수비의 핵인 골키퍼가 교체된 이란은 이후 속절 없이 무너졌다. 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매과이어의 헤더 슈팅이 왼쪽 상단 골대를 때리며 치명적인 허점을 내보인 이란이었다. 이후 이란은 벨링엄, 사카, 스털링에게 전반에만 3골을 내줘 승기를 내줬다.
그렇지만 이란은 승부가 기울었지만 잉글랜드의 약점을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일단 후반 20분 타레미가 만회골을 만들었다. 알리 골리자데가 박스안으로 공을 찔러주자 타레미가 박스 안에서 오른발로 골문을 열었다. 타레미가 수비수 사이로 침투하자 공간이 생겼고 타레미는 마음 놓고 슈팅을 때릴 수 있었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수비가 문제로 지적됐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소속팀에서 부진한 활약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해리 매과이어(맨유)와 에릭 다이어(토트넘)를 모두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 팬들은 두 선수의 기용을 비판하고 있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타레미의 침투를 매과이어를 비롯한 잉글랜드 수비는 막지 못했다. 게다가 경기종료 직전 존 스톤스(맨시티)마저 페널티킥을 허용해 실점이 늘어났다. 대승을 거둔 잉글랜드지만 수비의 허점은 막지 못한 셈이다.
이날 이란은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자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만약 골키퍼 부상 없이 이란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펼쳤다면 잉글랜드 수비가 더 많은 문제점을 내놓았을 수도 있다. 일단 대승으로 덮힌 수비지만 분명 잉글랜드의 약점은 뒷공간이라는 것을 이란이 대패 속에서도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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