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무기력한 패배에 홈팬들이 크게 실망했다.
카타르는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 베이츠 스타디움에서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 2022 A조 개막전’에서 에콰도르에게 0-2로 완패를 당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역사상 개막전서 처음 패하며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개최국은 첫 경기서 7승3무, 골득실 +5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카타르는 아니었다.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준 카타르는 무기력하게 끌려가 홈팬들을 좌절시켰다.
개막전 경기가 열린 알코르 지역은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51km정도 떨어졌다. 서울에서 고양 정도의 거리에 있다. 주변은 온통 황무지고 인구가 거의 살지 않는 곳이다. 넓은 사막 벌판에 경기장만 덩그러니 있다.
평소 교통체증이 없는 지역이지만 월드컵 개최 날은 달랐다. 카타르 경찰이 총출동해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취재진은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미디어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면서 이동했음에도 평소보다 시간이 배로 걸렸다.
카타르의 축구열기는 엄청났다. 카타르의 스포츠채널 ‘비인스포츠’는 축구채널만 무려 20개가 넘게 운영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리그부터 중동리그까지 안하는 경기중계가 없을 정도다.
사상 첫 월드컵 개막전을 보기 위해 약 6만 여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경기장에 빈 좌석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앗다. 약 4천명의 에콰도르 원정팬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카타르 홈팬들이었다. 카타르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자 경기장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 웅장했다.
카타르는 전반 3분 만에 에콰도르의 주장 발렌시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뒤늦게 에스트라다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골이 취소됐다. 이번 대회서 처음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이 미묘한 차이를 잡아냈다.
골이 취소되자 좌절했던 카타르 홈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기쁨도 잠시였다. 에콰도르는 전반 16분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발렌시아가 카타르 팬들 앞에서 선제골을 터트렸다. 발렌시아는 카타르 서포터존으로 다가서서 세리머니를 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첫 실점 후 카타르 응원단은 급격히 침묵했다. 전반 31분 에콰도르 발렌시아가 다시 한 번 골을 터트렸다. 패배를 직감한 카타르 관중들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남은 시간이 길었지만 두 골차는 너무 커보였다.
실망한 관중들은 응원도 거의 포기한채 경기를 지켜봤다. 전반전이 끝나자 빈자리가 눈에 띨 정도로 많았다. 관중들이 어렵게 구한 입장권을 포기하고 귀가한 것이다.
4천명에 불과한 에콰도르 응원단이 응원전에서도 카타르 홈팬들을 압도했다. 카타르에게 여러모로 굴욕적인 개막전이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알코르(카타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