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호를 본딴 6개월 장기 합숙이라고 해도 효과가 아예 달랐다.
카타르 대표팀은 2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A조 조별예선 1차전 에콰도르와 개막전에서 에네르 발렌시아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면서 0-2로 패배했다.
킥오프 시작과 함께 롱킥으로 에콰도르 문전을 위협했으나 전반 내내 이렇다할 번뜩이는 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밀렸다. 전반에만 2골을 허용했고, 후반전에서도 반격하지 못했다.
이로써 개최국 카타르는 1930년 우루과이 대회부터 이어져온 '개최국은 첫 경기서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징크스를 깨고 월드컵 역사상 첫 번째 1차전 패배 개최국이 됐다.
앞서 21번이 열린 월드컵에서 개최국은 첫 경기에서 16승 6무(한일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월드컵 중에서 개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2010 남아공월드컵이 유일하다.
반면 남미 예선 4위로 진출한 에콰도르는 부정 선수 사용으로 로스터 출전 금지와 승점 삭감을 받은 악재를 이겨내고 개막전 승리로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에콰도르는 주장이자 역대 대표팀 최다골인 발렌시아가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면서 편안한 승리를 신고했다. 카타르는 전반 잦은 실수로 자멸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역대 월드컵 개막전서 처음으로 패배한 개최국이 된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에 '올인' 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카타르는 앞서 6개월 동안 합숙 훈련을 가지면서 수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이 장기 합숙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려서 4강 신화를 이룬 것을 참조했다.
단 히딩크호와는 카타르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장기 합숙에다가 지나치게 많은 평가전을 소화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실제로 전반전 실점 장면을 제외하고도 카타르의 수비와 골키퍼는 서로 제대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계속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히딩크호에서 직접 뛰었으면서 한국 대표팀의 주장까지 역임했던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카타르 선수들의 실수가 이어지자 "오히려 합숙이 독이 된 것 같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해서 오버워크가 된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한국과 달랐던 카타르의 6개월 장기 합숙 효과. 같은 훈련을 소화했지만 천지차이였던 카타르의 모습을 통해서 히딩크호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단순한게 폄하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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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알코르(카타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