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확 띄려고" 배구에도 등번호 99번, 잠재력 폭발 조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11.19 04: 10

등번호 99번 하면 많은 이들이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류현진(토론토)부터 떠올린다. 지난 2006년 프로 데뷔할 때부터 미국 진출 후에도 줄곧 99번을 달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이자 캐나다의 국민 영웅인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로 유명하다. 
V리그에도 등번호 99번을 쓰는 선수가 있다. 우리카드의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23)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부터 한국배구연맹(KOVO)이 등번호 범위를 1~20번에서 1~99번으로 확대했고, 김지한은 99번을 택했다. 1999년생인 그는 가장 큰 숫자로 등번호를 꽉 채웠다. 
김지한은 “눈에 확 띄려고 99번을 했다”며 류현진의 등번호를 따라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 소리 많이 들었는데 (류현진이 99번인 줄) 몰랐다”고 답했다. 그레츠키도 잘 모른다고. 

우리카드 김지한. /KOVO 제공

등번호만큼 존재감도 커졌다.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라운드 첫 경기 삼성화재전에서 김지한은 18점을 올리며 우리카드의 풀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5일 한국전력전 20점에 이어 2경기 연속 펄펄 날았다. 
외국인 선수 레오 안드리치가 무릎 부상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김지한이 2경기 연속 아포짓 스파이커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세기는 부족해도 블로킹 위로 지나가는 타점 높은 공격력이 돋보였다. 서브 템포까지 살아나 나경복, 송희채와 함께 외국인 선수 빈자리를 잘 메웠다. 
지난 8월 코보컵 대회를 마친 뒤 한국전력과의 2대2 트레이드로 김지한을 데려온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리시브나 수비, 게임 운영 능력을 보완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며 “서브를 조금 더 잘 때려야 한다. 지금은 폼이 크다. 간결하게 공을 다루는 게 중요하다. 서브가 잘 들어가면 공격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우리카드 김지한. /KOVO 제공
194cm 공격수로 신체 조건과 점프력이 좋은 김지한은 송림고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프로 직행을 택했다. 지난 2017~201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됐지만 출장 기회가 많지 않았다. 상무에서 군복무 중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됐다. 지난 시즌 중 전역해 13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올 여름 순천에서 열린 코보컵 때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3번째 팀 우리카드에 와서 등번호 99번을 달며 존재감도 높이고 있다. 우리카드의 간판 공격수 나경복도 “제가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되게 열심히 하고, 무슨 얘기를 하면 다 받아들이려 한다.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우리카드 김지한. /KOVO 제공
외국인 선수 빈자리를 너끈히 메운 김지한은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경기를 많이 뛰어서 재미있었다”며 “컵대회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연습 때도 레프트 자리에서 리시브 훈련을 많이 한다. (새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가 오면 다시 레프트로 가서 연습해야 한다. (송)희채형, (나)경복이형과 경쟁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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