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나라' 카타르는 더워도 너무 덥다. 이재성(30, 마인츠)의 건의사항이 통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오는 20일 개최국 카타르 대 에콰도르의 경기로 한 달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H조에 속한 한국은 우루과이(11월 24일), 가나(11월 28일), 포르투갈(12월 3일)과 격돌하며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사상 첫 겨울에 치르는 월드컵이다. 하지만 기온은 역대 월드컵 중에서 최고로 높을 전망이다. 카타르는 그나마 겨울이라서 한낮에 33도 수준이다. 현지인들은 “이만하면 시원한 것”이라며 껄껄 웃지만 한국에서 간 선수들과 취재진은 죽을 맛이다.
같은 33도라도 한국의 여름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외선의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이다. 땡볕에 30초만 있어도 피부가 따가운 수준이다. 취재진도 선글라스, 선크림, 정글모자, 양산 등 온갖 무기로 중무장을 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날씨에 훈련을 해야 하는 선수들의 고충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손흥민은 연신 흐르는 땀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안면에 땀이 흐르면 시야가 가리고 눈에 땀도 들어갈 수 있다. 손흥민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30도가 넘는 오전 훈련을 힘들어하고 있다.
벤투호는 17일 처음으로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오전에는 기온이 너무 높아 한 시간 정도만 훈련을 소화했다. 아무래도 훈련의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벤투호에서 고참급에 속하는 이재성은 오전훈련을 마친 뒤 “날씨가 상당히 시원해졌다지만 선수들이 느끼기에 많이 덥다. 되도록이면 오후에 (훈련)하는 일정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답했다.
하루 한 번 오전 훈련을 하는 날에는 시간을 오후로 조정하자고 건의하겠다는 것.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역할을 하는 고참 이재성이기에 할 수 있는 건의사항이다. 월드컵 경기의 대부분이 해가 진 오후 5시 이후에 치러지기 때문에 오후에 훈련해도 현지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재성의 건의사항이 통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18일 오전훈련을 오후로 변경했다. 앞으로도 하루 한 번 훈련하는 날은 오전 대신 오후로 진행될 예정이다. 코칭스태프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재성은 “(선수단이) 소통이 잘 되고 있다. 걱정이 되지 않는다. 다만 잔디에 적응을 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부분이다.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도하(카타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