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조합이다. 대표적인 영어권 국가인 영국(잉글랜드, 웨일스), 미국과 이슬람 종주국 이란이 만났다.
'세계인의 축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영광스러운 대회는 A조 1차전 '개최국' 카타르와 남미 '복병' 에콰도르의 맞대결로 그 막을 올린다.
잉글랜드, 이란, 미국, 웨일스로 구성된 B조는 21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이란과 맞대결을 시작으로 힘차게 출발한다. 영어권 국가인 잉글랜드, 미국, 웨일스와 이슬람 종주국 이란이 함께 조에 구성된, 조의 구성부터 흥미로운 B조다.
■ 유로 2020 준우승과 네이션스리그 강등, 잉글랜드의 월드컵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은 지난 2021년 6월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에서 결승에 오르며 그 위력을 드러냈다. 잉글랜드는 우크라이나에 4-0 대승을 거두며 8강에 올라섰고 덴마크와 연장전 혈투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에서 만난 이탈리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했지만, 드디어 '강해진' 잉글랜드의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2022년은 잉글랜드에게 너무도 불안한 한 해였다. 수비는 흔들렸고 득점력은 빈약했다. 특히 지난 6월 열린 헝가리와 네이션스리그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는데 이 경기 잉글랜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0-4 대패당했다.
9월에도 이런 모습은 계속됐다. 결국 이탈리아에 0-1패배, 독일에 3-3 무승부를 거두며 네이션스리그 2부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우선 선수층이 두꺼우며 이들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손흥민 단짝' 해리 케인(29, 토트넘)과 필 포든(22, 맨시티), 메이슨 마운트(23, 첼시), 마커스 래시포드(25, 맨유), 라힘 스털링(28, 첼시) 등 토트넘 홋스퍼,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 등 빅클럽들의 주전 멤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해리 매과이어, 에릭 다이어처럼 소속팀에서 불안한 수비로 지적받는 선수들이 명단에 포함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은 위험수가 될 수 있다.
네이션스리그에서 미리 맛본 실패를 거름 삼아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강력한 팀이 될 수 있는 잉글랜드다. 또한 월드컵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와 비교적 수월한 조 구성을 생각한다면 이번 대회 잉글랜드는 월드컵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 '한국 제치고 월드컵 예선 1위' 이란...불안한 '에이스' 아즈문
이란은 대한민국 대표팀과 함께 아시아 지역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 편성됐다. 아시아의 강호로 평가받는 이란은 여기서 한국을 조 2위로 밀어내며 8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조 1위를 지켰다.
게다가 이란은 A매치 최근 3경기에서 패배가 없다. 우루과이(1-0 승), 세네갈(1-1 무승부), 니카라과(1-0 승)와 맞대결을 펼쳐 패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우루과이, 세네갈은 모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강한 팀으로 평가받는 전력이기에 눈길을 끈다.
하지만 위험 요소는 존재한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 도중 사망한 이란 여대생 의문사 사건을 두고 이란 정부를 비판했던 '에이스' 사르다르 아즈문의 컨디션이다.
당시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던 해당 사건에 휘말린 아즈문은 "이에 대한 처벌이 국가대표 제외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설령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전했고 대표팀에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게다가 아즈문은 지난 10월 근육 부상으로 쓰러졌다. 가장 최근 치른 니카라과와 경기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 재능 넘치는 젊은이들의 미국, B조의 '다크호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탈락한 미국이 패기와 젊음으로 무장해 돌아왔다. 그레그 버홀터 감독은 2018년 12월 미국 대표팀 변화를 이끌 사령탑으로 선정됐고 4년 동안 자신만의 철학으로 팀을 만들었다. 그 결과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3위로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버홀터 감독은 젊은 선수를 주축으로 팀을 만들어 나갔다. 이번에 공개된 최종 26명의 명단 중 만 30세를 넘는 선수는 골키퍼 션 존슨(33, 뉴욕 시티)과 수비수 팀 림(35, 풀럼), 애런 롱(30, 뉴욕 레드불) 3명뿐이다. 여기에 크리스천 풀리식(24, 첼시)을 필두로 지오바니 레이나(20, 도르트문트), 유누스 무사(20, 발렌시아), 브렌든 애런슨(22, 리즈), 세르지뇨 데스트(22, AC 밀란)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역시 대거 포함됐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단점도 확실하다. 경기마다 보여주는 경기력이 들쭉날쭉한 것이다. 지난 6월 우루과이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둔 반면 9월 일본에 0-2로 패배하기도 했다. 직후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에서는 0-0 무승부에 머물렀다.
하지만 젊은 패기로 무장한 미국이 첫 경기 웨일스를 상대로 선전한다면 분위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 조 편성 역시 크게 나쁘지 않다.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은 16강 진출을 원한다.
■ 64년 만의 진출, 가레스 베일의 웨일스
웨일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던 해는 미 항공우주국 NASA가 세워진 1958년이다. 당시 웨일스는 헝가리를 제압하며 8강으로 향했지만, 8강에서 브라질을 만났다. 당시 웨일스는 만 17세의 소년을 막지 못해 패배했는데 이 소년이 바로 '축구 황제' 펠레다. 펠레의 웨일스전 득점은 월드컵 최연소 득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월드컵 역사에 긴 공백기를 거쳐 마침내 웨일스가 돌아왔다. 가레스 베일(33, LAFC)이라는 자국 최고의 스타는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웨일스를 조 2위에 올려놨고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를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제압하고 본선 티켓을 따냈다.
웨일스의 무기는 빠른 역습과 세트피스 득점이다. 특히 측면 윙 자원인 다니엘 제임스(25, 풀럼)는 최고 시속 36km/h를 기록했을 정도로 매우 빠른 스피드를 가진 공격수로 웨일스의 역습을 이끈다.
약점은 경기력 기복과 베일 의존도다. 물론 웨일스에는 베일 이외에도 조 앨런(32, 스완지), 아론 램지(31, 니스), 벤 데이비스(29, 토트넘)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베일의 왼발은 웨일스 세트피스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6월과 9월 네덜란드(2-3 패배), 벨기에(1-2 패배), 폴란드(0-1 패배)와 치른 3경기에서 모두 패배한 것 역시 좋지 못한 소식이다.
■ B조 경기 일정
1라운드
11월 21일 오후 10시 잉글랜드 vs 이란 (알라이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11월 22일 오전 4시 미국 vs 웨일스 (알라이얀, 아마드 빈알리 스타디움)
2라운드
11월 25일 오후 7시 웨일스 vs 이란 (알라이얀, 아마드 빈알리 스타디움)
11월 26일 오전 4시 잉글랜드 vs 미국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
3라운드
11월 30일 오전 4시 이란 vs 미국 (도하, 칼리파 INT. 스타디움)
11월 30일 오전 4시 웨일스 vs 잉글랜드 (알라이얀, 아마드 빈알리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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