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을 현장에서 제대로 즐기려면 정말 돈이 많아야 할 것 같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오는 20일 개최국 카타르 대 에콰도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H조에 속한 한국은 우루과이(11월 24일), 가나(11월 28일), 포르투갈(12월 3일)과 격돌하며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카타르 면적은 경기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약 270만 명이다. FIFA는 월드컵 기간에 12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도하를 찾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땅은 좁은데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려 숙소는 모자라니 숙박대란이 일어났다. 당연히 숙박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팬빌리지’다. 조직위원회가 도하 시내 네 곳에 급하게 임시숙소를 만들었다. ‘카라반 시티’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컨테이너박스 수준이다.
공항에서 가까운 '라스 부 폰타스 팬빌리지'를 방문해봤다. 주차장으로 쓰던 넓은 부지에 수백개의 컨테이너박스를 가져다놨다. 가뜩이나 한낮에는 33도가 넘어 무더운데 철제로 된 컨테이너박스 안에 지내는 것은 보기만 해도 힘겨웠다. 물론 숙소에는 에어컨 시설이 있다고 한다.
숙소는 엄청나게 많은데 비해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숙소 안에서는 간단한 샤워 정도만 할 수 있다. 화장실은 외부에도 임시시설이 있지만 숫자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흡사 군부대나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광경이었다.
두 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 하나당 1박에 740리얄(약 27만 원)을 받고 있다. 그나마 여기라도 예약에 성공한 팬들은 다행이다. 지하철 역이 가까워 도보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팬빌리지도 숙박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사막 한가운데 천 개의 베드윈 텐트까지 설치했다. 군대에서 쓰는 24인용 막사 같은 시설이다. 정말 사막 한가운데 있는데 에어컨 시설이 없다고 한다.
카타르 사람들은 겨울이라 살 만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기자는 1분 이상 햇볕에 노출되면 머리가 아픈 현상을 겪고 있다. 자외선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물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1km 정도 짧은 거리를 도보로 이동해봐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가 바로 말라버렸다. 그런데 오후 5시경에 해가 지면 또 선선한 날씨로 바뀐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커서 항상 겉옷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사상 첫 겨울에 개최되는 월드컵이지만 현지의 기온은 어느 곳보다 뜨겁다. 카타르가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월드컵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