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막내' 이강인(21, 마요르카)이 생애 첫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과연 카타르는 그에게 어떤 곳으로 남게 될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월드컵이 치러지는 결전지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현지시간 새벽에 도하에 도착한 대표팀은 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전 휴식을 취했다. 대표팀은 오후 곧바로 훈련장으로 이동해 회복훈련에 돌입했다.
첫 훈련을 앞두고 훈련장의 ‘코리아 하우스’에서 이강인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유럽파인 그는 본진보다 하루 빠른 13일에 카타르에 입성했다.
한국 최고의 재능 이강인은 어렵사리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이후 단 한 번도 대표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지난 9월에도 두 경기 모두 벤치만 지켰다. 그러나 이강인은 마지막 순간에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꿈에 그리던 카타르행을 이루게 됐다.
소속팀에서 보여준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올 시즌 공수 양면에서 발전한 이강인은 리그 2골 3도움을 기록하며 마요르카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8월 라리가 이달의 선수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벤투 감독 역시 "이강인은 기술이 좋다. 이전과 비교해 발전했다"라며 그를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작 이강인 본인은 "그러게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으나 그의 기량이 만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강인에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생애 첫 월드컵 무대이자 3년 만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이다. 그는 골든볼을 수상했던 지난 2019 U-20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FIFA 대회에 출전한다.
이제 U-20을 넘어 진짜 월드컵 무대를 밟는 이강인. 그는 "모든 선수들이 오고 싶은 무대를 올 수 있다고 들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꼭 오고 싶고 뛰어보고 싶은 월드컵을 뛸 기회가 생겨서 행복했다"라며 "이번 대회에서도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물론 이강인이 많은 기회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수적으로 유명한 벤투 감독이 갑자기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그를 중용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강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 역시 그에게 큰 활약을 기대하기보다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강인의 가치는 분명하다. 그는 단 한 번의 정교한 왼발 킥으로 언제든 경기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선수다. 특히 세트피스를 전담하던 주장 손흥민이 안와골절상으로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만큼, 이강인이 지닌 왼발 한 방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월드컵에 함께하게 될 줄 몰랐다던 이강인.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는 선배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좋은 경험을 쌓고 돌아갈 수도 있고, 직접 꿈의 무대를 누비며 제2의 '도하의 기적'을 쓸 수도 있다. 과연 카타르는 그에게 경험의 장으로 남을까 아니면 기적의 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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