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전쟁을 방불케 하는 월드컵.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뒤흔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의 폭탄 발언이 월드컵에서는 어떻게 작용할까. 호날두를 상대해야 하는 벤투호에는 더 없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14일(한국시간) 영국 '더 선'에 따르면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가진 피어스 모건과 단독 인터뷰에서 맨유에 대해 "배신당한 기분을 느낀다. 나는 클럽의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는 검은 양이 됐다"고 비난한 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라고 소속팀 감독까지 저격했다.
이번 호날두의 발언은 모건과 90분 동안 나눈 TV 인터뷰의 일부 내용이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부만 공개됐다. 아직 인터뷰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이미 호날두가 직접 맨유 구단과 텐 하흐 감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만큼 건널 수 없는 '결별 버튼'을 눌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호날두는 이제 '뒤가 없는' 상태다. 자신의 발언으로 발칵 뒤집힌 구단을 걸어 들어가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새로운 팀을 찾기 위해서는 나이와 상관 없이 자신의 가치를 경기장에서 증명해 보여야 한다. 당장은 빅 클럽들이 호날두를 원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맨유와 호날두는 내년 1월 이적 시장이 열리면 서로 결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맨유가 내년 6월까지인 계약 조건을 주장해 호날두를 오도 가도 못하게 묶어둘 수도 있다.
맨유에는 그나마 다행이다. 리그가 월드컵 휴식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비록 며칠 후 호날두의 TV 인터뷰 전문이 공개된 후 더욱 큰 논란이 일어나겠지만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완충 기간이 생긴 셈이다.
자연스럽게 호날두가 합류할 포르투갈로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포르투갈은 한국을 비롯해 가나, 우루과이가 속한 H조다. 가나(25일), 우루과이(29일), 한국(12월 3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에 호날두의 이번 '파국' 버튼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한국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맞붙는다. 16강 진출이 이미 좌절됐을 수도 있고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이 가능한 복잡한 '경우의 수'에 걸려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슈퍼스타가 있는 팀은 그 선수를 중심으로 뭉친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있는 아르헨티나가 그렇다. 포르투갈 역시 호날두의 팀이다. 주앙 펠리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하파엘 레앙(AC밀란),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유), 베르나드루 실바(맨체스터 시티) 등 쟁쟁한 선수들이 가득하지만 호날두가 뛰는 순간 사실상 호날두를 위해 움직이는 포르투갈이다.
결국 호날두의 이번 발언이 포르투갈 팀 내부에서는 어떻게 해석될지 중요해졌다. 그런 면에서 가나와 우루과이전에서 포르투갈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두 경기에서 포르투갈답게 나무랄 데 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한국에는 좋지 않은 징조다. 호날두가 누른 '결별 폭탄'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삐거덕 거리는 모습이 보이는 등 헤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면 한국팀에는 희소식이 될 수도 있다. 2019년 유벤투스 시절 내한 때 '노쇼사건'에서도 직접 경험했듯 안하무인에 불같은 성격의 호날두를 역이용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수 있다. 김민재와 김영권이 어떻게 막아내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포르투갈 국적인 벤투 감독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포르투갈 내에서 호날두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선수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자국 여론도 존재하고 있다. 1992년부터 포르투갈 대표팀을 취재해온 포르투갈 'RTP'의 안토니오 타데아는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나는 포르투갈 팬들의 대부분이 호날두를 여전히 세계 최고 선수로 보고 있지만 그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어 타데아는 "많은 사람들이 호날두가 원하는 대로 경기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그가 박스를 떠나고 싶다면, 그는 박스를 떠난다. 만약 그가 와이드 오픈 경기를 하고 싶다면, 그는 그렇게 한다. 그가 선발로 나가고 싶다면 선발로 나가고 쉬고 싶다면 벤치에 머문다. 그가 경기장에 남기를 원하면 그를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라도 그는 경기장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호날두가 여러 차례 보여줬던 '유사감독행위'와도 관련이 있다. 프랑스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유로 2016 때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 옆에서 동료들을 향해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호날두는 무릎 부상으로 교체됐다.
타데아는 "그래서 이 모든 일 때문에 팬들은 호날두가 산투스 감독을 손에 쥐고 있고 산투스 감독이 호날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나는 여전히 호날두가 아주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이상 같은 신체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호날두를 어떻게 활용할지 어느 정도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호날두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물론 이런 변수도 한국팀이 제대로 가동될 때 비로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역시 손흥민 중심의 팀이다. 손흥민이 제대로 뛰지 못한다면서 제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가 없다. 벤투 감독의 전술은 사실상 손흥민 없이 가동하기 힘들도록 굳어져 왔다고 평가되고 있다. 과연 12월 3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맞붙을 포르투갈에 벤투호는 어떤 모습으로 대항할지 궁금하다. 이왕이면 손흥민의 우상인 호날두의 포르투갈과 16강 진출 여부 걱정 없이 싸우면 좋겠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