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가 가서 주전자만 들다 와도 만족해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새벽 비행기에 오른 18명의 대표팀 선수들과 예비 명단 오현규(수원 삼성)는 10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현지시간 새벽 5시경 하마드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전날 대표팀이 출국한 인천 공항은 수많은 팬들로 가득했다. 선수들은 10시경이 돼서야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들을 배웅하려 나온 팬들은 일찌감치 공항을 찾았다. 팬들은 각종 선물과 사인을 받기 위한 유니폼 및 책자를 들고 선수단을 기다렸다.
그중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은 한 무리의 팬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수원 마스코트인 아길레온의 인형과 깃발, 유니폼 등을 들고 오현규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현규를 배웅하기 위해 부천에서 왔다는 김지원 씨와 박유림 씨, 이서연 씨(이상 가명)의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기는 꺼렸지만, 오현규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지원 씨는 "(오)현규를 응원하러 왔다. 현규가 가서 주전자만 들다 와도 만족한다. 월드컵 구경만 해도 좋은 일이지 않은가. 벤투 감독은 명장이 맞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들은 오현규가 카타르에 가게 될 줄 알았을까. 그의 예비 명단 발탁은 오현규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반전이었다. 지원 씨는 "현규가 아이슬란드전을 뛰는 걸 보면서 조금은 기대했다. 그런데 최종 명단 발표를 보는데 26인 명단에 오현규 이름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그냥 꺼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유림 씨는 "라이브로 보면서 소리 질렀다. 작년 정상빈 선수에 이어 오현규 선수도 깜짝 발탁됐는데 느낌은 좀 달랐다. 그때는 정말 실감이 안 났는데, 이번에는 오현규 선수가 말한 목표가 하나씩 이뤄지는 모습이 보여서 더 벅찼다. 엄청난 반전이었다"고 답했다.
끝으로 이들은 오현규에게 애정 어린 인사말을 남겼다. 지원 씨는 "현규야. 잘하고 와"라며 "벤투 감독님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모두 눈에 담아 오길 바란다. 다만 중동 팀은 따라가면 안 된다. 유럽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연 씨도 "가서 선배들을 보면서 다 자기 것으로 만들면 좋겠다. 옆에서 같이 숨 쉬는 것만으로도 많은 경험이 될 테니 잘 보고 와서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 오현규는 흡수력이 대단한 선수다. 손흥민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한편 오현규는 최종 26인 포함 여부와 상관없이 대회 마지막까지 카타르에 머물 예정이다. 그가 경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2001년생 군필 공격수 오현규에게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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