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작은' 정우영(23, 프라이부르크)이 파울루 벤투(53) 감독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까.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 26인 명단을 발표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유럽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김민재(나폴리), 이강인(마요르카) 등이 카타르 월드컵에 나설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 무대를 누비고 있는 정우영도 예상대로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올 시즌 소속팀서 주전 경쟁에 애를 먹고 있기는 하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 적극적인 압박 등 많은 능력을 지닌 선수다. 그는 측면과 중앙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정우영은 벤투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작년 초부터 꾸준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더니 지난 6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당시 정우영은 브라질-칠레-파라과이-이집트와 4연전에 모두 출전해 전방 압박의 진수를 보여줬다. 심지어 그는 칠레전 어시스트에 이어 파라과이를 상대로 극적인 동점골까지 터트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우영은 지난 9월 카메룬전서는 아예 선발로 출전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정우영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4-4-1-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공격 시에는 4-2-3-1 포메이션에 가까웠으나 수비 시에는 4-4-2로 전환해 두 줄 수비를 펼치기도 하는 전술이었다.
현재 벤투호는 오는 24일 열리는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공격진 조합이다. 부동의 원톱이던 황의조는 그리스에서 깊은 부진에 빠졌고, 황희찬 역시 골 맛을 본 지 오래됐다. 게다가 손흥민마저 안와골절상에서 회복 중이기에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
세계적인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해야 하는 벤투 감독으로서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물론 그는 14일 오전 출국을 앞두고 "(공격진의 부진은) 문제로 생각할 게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어떤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경기에 모두가 좋은 컨디션이길 바란다"고 담담히 말했으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우영의 활용 가치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그는 특유의 훌륭한 공간 이해도와 빠른 발, 강한 압박으로 팀에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다. 강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월드컵에서는 그의 안정성이 더욱더 빛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특히 우루과이를 상대로 지난 카메룬전처럼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수비적인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다르윈 누녜스와 페데리코 발베르데, 로드리고 벤탄쿠르 등이 버티고 있는 우루과이에 맞불을 놓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된다면 전방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해줄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이 커진다. 때로는 투톱 공격수로 때로는 미드필더로 뛰면서 공수의 연결고리를 맡아줄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 그리고 이는 공격진 어느 위치에서도 뛸 수 있는 정우영에게 딱 맞는 옷으로 보인다.
14일 오전 소속팀 경기를 마친 정우영은 곧바로 카타르 도하로 이동할 예정이다. 과연 작은 정우영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벤투호의 작은 거인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열흘밖에 남지 않은 우루과이전, 정우영의 발끝을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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