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 팀의 옵션을 발동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팀에 헌신한 선수만 생각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8년만에 팀에 LCK 우승컵을 안겨준 프랜차이즈 스타와 이별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음을 전하는 이지훈 단장의 음성은 진심이었다.
‘페이커’ 이상혁이 T1의 상징이라면, ‘룰러’ 박재혁은 말 그대로 젠지의 상징이었다. 최우범 감독의 눈에 들면서 팀에 합류한 그는 2017 롤드컵 우승 당시만 해도 팀의 막내급이었으나, 젠지로 팀의 이름이 바뀐 뒤 젠지의 리빌딩의 중심에는 ‘룰러’ 박재혁이 있었다.
이름 석자의 무게감은 젠지의 역사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재창단 이후 2018년 롤드컵 16강, 2020년 롤드컵 8강, 2021년 롤드컵 4강, 2022 롤드컵 4강까지 그는 젠지의 대들보였다.
사실 2022 스토리브리그는 라이엇게임즈의 글로벌 규정에 의거해 오는 22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2022시즌 계약이 11월 22일 오전 8시 59분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젠지는 지난 10일 공식 SNS를 통헤 ‘룰러’ 박재혁과 상호합의하에 계약이 종료됐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연장 옵션에도 불구하고 12일이나 빨리 FA 시장에 ‘룰러’ 박재혁을 풀어준 셈이다.
이지훈 단장은 OSEN과 전화 통화에서 “(박)재혁이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린 결정이다. 사실 옵션이 있어서 팀의 입장에서는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동안 팀에 헌신한 선수를 생각하면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선수의 의지를 존중했다. 그동안 젠지에 공헌한 것을 고려해 은퇴가 아니지만, 영구결번을 결정했다”고 영구결번의 의미를 설명했다.
덧붙여 이 단장은 “계약 종료를 일찍 결정한 것은 선수가 조금 더 빨리 FA 시장에 나아가 여유있게 팀을 찾아보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조기 계약 종료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지훈 단장은 “(박)재혁이가 팀을 나가기를 결정한 것도, 팀에서도 ‘룰러’와 계약을 종료한 것도 모두 다 어려운 결정이었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다. 당연히 불화는 없었고, 좋은 분위기에서 결정했다. 룰러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할 뿐”이라고 박재혁의 앞 길을 응원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