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의고사에서 보여준 벤투 감독의 ‘깜짝 스리백 카드’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화성에서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최종평가전에서 전반 32분 송민규의 결승골이 터져 1-0 승리를 거뒀다. 대한축구협회는 12일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할 최종 26인 명단을 발표한다.
카타르 월드컵서 H조에 속한 한국은 우루과이(11월 24일), 가나(11월 28일), 포르투갈(12월 3일)과 차례로 조별예선을 치른다. 한국은 카타르 도착 후 별도의 실전없이 자체훈련만 소화한 뒤 곧바로 우루과이와 격돌한다. 아이슬란드전이 벤투 감독이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이슬란드전 선발명단이 발표됐을 때 고개가 갸우뚱했다. 김민재 파트너 찾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벤투가 중앙수비수 박지수, 권경원, 김영권을 동시에 투입하는 ‘스리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벤투는 부임 후 거의 모든 경기에서 포백을 기본 수비대형으로 잡았다. 벤투가 스리백을 쓴 것은 2019년 9월 조지아전 이후 3년 만이다.
수비는 선수구성도 중요하지만 조직력이 생명이다. 아무리 대표급 선수라도 갑자기 스리백을 시켰을 때 과연 대응할 수 있을까. 한국이 우루과이나 포르투갈 등 강팀을 상대로도 스리백을 써서 막을 수 있을까. 김민재가 없는 상황에서 스리백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경기 전부터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수비진을 실험하려면 상대가 강한 공격을 들어와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 뒤 세대교체 중인 아이슬란드는 최종전 상대로 너무 약했다. 상대가 장거리 여행까지 한 터라 컨디션도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승패보다 전력점검이 중요한 한국에게 아쉬운 상황이었다.
스리백은 선수들에게도 익숙지 않았다. 결국 큰 실수가 나왔다. 전반 초반 권경원이 후방에서 안일한 패스를 했고, 상대가 가로채 슈팅까지 연결했다. 김승규가 가까스로 막아 실점은 하지 않았다. 안정감이 생명인 수비수로서 치명적인 실수였다.
최종명단 발표를 불과 하루 남기고 불의의 부상까지 터지고 말았다. 전반 37분 상대와 공을 다투던 박지수가 왼쪽 발목을 다치고 쓰러졌다. 고통을 호소한 박지수는 결국 업혀서 피치를 빠져나왔다. 갑작스러운 부상에 벤투 감독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조유민이 급하게 몸을 풀고 투입됐다.
경기 후 벤투는 스리백을 실험한 이유가 손흥민 부상에 따른 ‘플랜B’냐는 질문에 “손흥민과 관련이 없고 스리백을 실험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우리는 스리백으로 이미 뛰어본 경험이 있다. 훈련기간에 스리백을 연습했다. 물론 월드컵 경기에서 대부분은 포백이지만 스리백도 쓸 수 있다. 모든 전술을 분석하고 있다. 전술을 하나만 쓸 가능성은 적다. 경기분석을 해서 최적의 전술과 베스트11을 찾겠다”고 답했다.
월드컵에서 메인 전술이 아닌 스리백을 굳이 김민재도 없는 최종전에서 테스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월드컵에서 얼마나 많이 스리백 전술을 쓸지 모르겠다. 지켜보겠다. 어떤 상황에서 스리백을 쓸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오늘이 스리백을 실험해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윙백도 같이 훈련했다”고 반복했다.
벤투는 우루과이전까지 남은 기간에 충분히 수비조직력을 끌어올려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며칠 훈련해본 스리백이 실전에서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막는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12일 카타르 월드컵에 임할 최종명단 26인을 발표한다. 대표팀은 14일 새벽 카타르로 향한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화성=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