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의 ‘마스크맨’은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의 김태영(52, 전 천안시축구단 감독)이다.
김태영은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상대 선수의 팔꿈치 가격에 코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팀코리아의 수비 공백을 초래할 수 없어 특수 제작된 안면 보호용 마스크를 쓰고 남은 경기를 뛰었다. 당시 김태영의 마스크는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대표팀 정신력의 상징이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아직 시작도 않았지만 ‘팀 대한민국’의 사기는 이미 충천할대로 충천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이자,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30, 토트넘)이 쏘아올린 ‘마스크 투혼 의지’ 덕분이다.
손흥민은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스포츠맨의 투지가 실린 글을 올렸다. 각종 인터뷰에서 보여준 ‘달변’은 익히 알고 있지만, 불굴의 정신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몇 가지 뼈 있는 문구만 뽑아 보자.
“지난 2년여 (대한민국 국민들이) 참고 견디며 써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쓰게 될 저의 마스크는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앞만 보고 달려가겠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월드컵 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정치 지도자가 저토록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문구를 읊조릴 수 있을까? 어떤 위정자가 내 몸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말을 저토록 진정으로 내던질 수 있을까?
손흥민의 ‘마스크 투지’는 월드컵 무대에서 꼭 필요한 무형의 팀 전력, 즉 정신력을 꽉꽉 채우고 있다.
손흥민의 지난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최종전 마르세유 원정에서 안면을 다쳤다. 공중볼 경합 도중 상대 수비수 오른쪽 어깨에 부딪혀 왼쪽 눈 주위 뼈 4군데가 골절되는 중상이었다. 4일에는 안와골절 재건 수술을 해야했다.
9일의 메시지는 수술 이후 처음으로 손흥민이 직접 밝힌 월드컵 출전 의욕이다.
손흥민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절대적인 전력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선수들도 팀을 채워도 하나되는 ‘정신’이 없다면 그 팀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손흥민의 ‘마스크 투지’는 우리나라 축구팬들을 하나로 만드는 기폭제도 됐다. 적어도 우리 국민은 월드컵 개막 전까지 ‘손흥민의 부상이 경기 출장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공통의 염원을 갖게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도 하나된 소망들이 뭉쳐지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 대표팀의 파울루 벤투(53) 감독도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손흥민이 포함될 것이라고 10일 확언했다.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11일 아이슬란드전은 월드컵 전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소집 중에 훈련한 것들을 토대로 해서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흥민은 항상 대표팀 출전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보여줬다. 그는 이미 과거에도 부상을 당했는데 출전하고자 한 적이 있어서,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대한 선수가 회복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또 몇몇 변수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모습은 보이지만 최소한 그의 머릿속에 손흥민 없는 대표팀은 상정되지 않은 게 확실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