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월드컵 계절’이 눈앞에 다가왔다. 열하루 뒤인 오는 20일(이하 현지 일자), 대망의 2022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막이 오른다. 12월 18일까지 스무아흐레(날수 기준) 동안 환호와 비탄을 자아낼 축구 대제전이 펼쳐진다.
FIFA 월드컵은 뭐니 뭐니 해도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축구 팬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빅 이벤트임이 틀림없다.
자연스럽게 무릇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월드컵 마당을 밟아 보고 싶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어우러져 서로 기량을 견주고 나아가 국위를 선양하려는 야망이 맞부딪치는 격전장에서, 자신의 기량을 한껏 펼쳐 보이고 싶음은 인지상정이다. 그야말로, 월드컵은 ‘꿈의 무대’요, ‘영광의 공간’이다.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발원했다. 92년이 흐르며 지금까지 스물한 번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열리지 못한 두 번(1942년, 1946년)을 빼곤 4년마다 세계 최고 축구 강국의 영예를 차지하려는 불꽃 튀는 각축전이 벌어졌다.
스물두 번째 무대가 될 이번 카타르 월드컵엔 32개국이 출전해 우승을 다툰다. FIFA 회원국(211개) 중 15.2%만이 본선 무대에 오른 셈이다. 그만큼 월드컵 본선 마당에 선다는 건 손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월드컵 본선 마당을 가장 많이 밟았을까? 그리고 그 경기 수가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우승 인연에선, 3회의 자갈루가 2회의 베켄바워 제쳐
1930 우루과이 대회부터 2018 러시아 대회까지 선수로서 또는 감독으로서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이는 두 명이었다. ‘카이저(Der Kaiser: 황제)’ 프란츠 베켄바워(독일, 77)와 ‘명장’ 마리우 자갈루(브라질, 91)이 나란히 으뜸의 영예를 안았다. 경기 수는 물론 똑같이 32였고, 출전 대회 수도 마찬가지로 다섯이었다(표 참조).
자갈루는 선수로서 12경기를 치렀고 감독으로서 20경기를 지휘했다. 두 대회(1958 스웨덴, 1962 칠레)에서 공격수로 포진해 각각 6경기씩 그라운드를 누볐다. 세 번의 대회[1970 멕시코, 1974 서독(당시), 1998 프랑스]에선 ‘카나리뉴(Canarinho: ‘작은 카나리아’로, 브라질 국가대표팀 별명)’를 지휘했다.
자갈루는 우승과도 인연이 깊다. 선수로서 뛴 두 번의 대회에서 모두 우승컵을 안았고, 감독으로선 1970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선수(1974)와 감독(1990 이탈리아)으로서 각각 한 번씩 모두 두 번 우승과 연(緣)을 맺은 베켄바워보다 한 번 더 많다.
베켄바워는 선수로서 18경기에 출장했고 감독으로서 14경기를 이끌었다. 세 대회(1966 잉글랜드, 1970, 1974)에 모습을 나타내 ‘리베로’ 역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두 번의 대회(1986 멕시코, 1990)에선, ‘디 아들러(Die Adler: ‘독수리’로, 독일 국가대표팀 별칭)’ 사령탑에 앉아 각각 준우승과 우승의 빼어난 전과를 올렸다.
독일은 베켄바워를 비롯해 감독과 선수로서 25경기 이상을 소화한 7명 가운데 5명을 차지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3위 베르디 포그츠(29경기), 4위 위르겐 클린스만(28경기), 공동 6위 로타어 마테우스와 헬무트 쇤(이상 25경기) 등이 독일이 절대 비중을 점하는 데 한몫했다.
클린스만은 유일하게 선수와 감독으로서 활약할 때 나라가 달랐다. 선수로선 줄곧 독일을 대표했으나, 감독으로선 독일(2006 독일)과 미국(2014 브라질)을 지휘했다.
마테우스와 쇤은 완전히 상반된 경력을 보였다. 마테우스는 선수로서만, 쇤은 감독으로서만 제각각 25경기에서 모습을 비췄다. 쇤은 모두 다섯 번 대회에 나타난 다른 6명과 달리 유일하게 4번의 대회(1966, 1970, 1974, 1978 아르헨티나)에서 지휘봉을 들고 각기 우승, 준우승, 3위를 한 번씩 이뤘다.
펠레와 함께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황금빛 소년’ 마라도나는 5위에 자리했다. 선수로서 네 번의 대회(1982 스페인, 1986, 1990, 1994 미국)에서 21경기를 소화하며 신기(神技)에 가까운 몸놀림을 한껏 뽐냈다. 감독으로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라 알비셀레스테(La Albiceleste: ‘하양·하늘’ 뜻으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별명)’를 이끌고 준우승의 결실을 올렸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