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품고 자는 양재민 “저에게도 대표팀 기회가 온다면…” [서정환의 사자후②]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2.11.04 07: 02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서 뛰고 싶은 꿈이 있다. 일본프로농구 B리그에서 뛰는 양재민(23, 우츠노미야 브렉스)도 마찬가지다.
해외에 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고교시절부터 해외서 농구유학을 한 양재민은 일본프로농구 1부리그 B1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선수다. 양재민의 일거수일투족이 한국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 수 있다. 양재민이 코트 바깥에서도 늘 행동을 조심하는 이유다. 해외생활을 오래한 양재민에게 태극기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Q: 사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남자선수는 병역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아직 만 23세라 군대는 미룰 수 있는 나이가 있다. 일단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아직 군대 생각은 안하고 있다.
Q: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두고 3대3 농구대표팀에서 원한다는 소식도 있었는데? (추일승 남자농구대표팀 감독도 양재민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3대3이든 5대5든 기회가 된다고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 하지만 군대 때문에 대표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일본에서) 진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에게도 대표팀 기회가 오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마음으로 해외에서 버티면서 살아왔다. 캔자스에서도 침대에 태극기를 걸어 놓고 생활했다. 항상 동기부여가 됐다. 군대 때문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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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렉스에 일본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가 많다. 특히 NBA에 도전했던 타부세 유타 선수가 많은 조언을 해준다는데?
타부세 선수가 조언을 엄청 많이 해준다. 훈련할 때 체육관에서 타부세 선수가 항상 제 옆자리다. 얼음찜질을 같이 하면서 조언을 많이 해준다. 워낙 커리어가 대단하고, 영어를 하는 선수라서 저도 많이 물어본다. 어제도 (파울트러블에) 절 불러서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그런 파울을 하지 말라고 했다. 파울이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경기를 못 뛰는 것 자체가 아쉽다고 했다. 내가 코트에서 계속 뛰어야 한다고 했다. 제가 조언도 많이 구한다.
일본에서 타부세 선수가 워낙 스타고, 업적이 크다. 뛰든 안 뛰든 벤치에서 존재감이 대단하다. 경기 준비도 열심히 한다. 물론 히에지마 마코토 선수가 팀의 에이스지만 주도하는 성격은 아니다. 엔도 선수 역시 10년 넘게 브렉스에서만 뛰었다. 그런 선수들이 우리 팀의 메인이다. 여기는 일본의 다른 팀과는 좀 다르게 그런 선수들이 키운 브렉스만의 문화가 있다. 분위기가 좀 다르다. 자율 속에서 엄격한 것이 있다.
Q: 역시 일본국가대표 빅맨 출신인 다케우치 코스케(37) 선수가 양재민 선수 칭찬을 많이 하던데?
서로 장난을 정말 많이 친다. 나이 차이가 거의 12살 이상(정확하게 14살) 난다. 우리 주전 선수들도 다 30대 초중반이라 저와 나이차이가 10살 난다. 저는 일본인이 아니니까 ‘선배’라고 할 필요가 없다. 장난도 치고 쉬는 날 술도 같이 마시면서 친하게 대한다. 선수들도 저를 외국인으로 보지 않고 쉬는 날 밥 먹으러 나오라고 하고 선물도 준다. 너무 감사하다. 일본도 20대 선수와 30대 선수의 세대차이가 있지만 저에게는 다들 잘해준다.
Q: 그래도 일본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은데? (양재민 선수는 한국어 통역을 따로 두지 않고 선수단과 영어로 소통하고 있다.)
언어 때문에 힘든 것은 많이 적응됐다. 사실 그래서 힘든 점은 하나도 없다.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도 많이 없어졌다. 캔자스에서 너무 외로웠다. 캠퍼스에서도 걸어서 30분을 가야 월마트가 나왔다. 맥도날드도 20분 거리였다. 거기에 있다가 신슈에 가고, 우츠노미야에 오니 점점 (환경이) 좋아졌다. 집 앞에 음식점 두 개만 있어도 정말 행복하다. 지금은 아무런 불만 없이 정말 잘 지내고 있다.
Q: 듣다 보니 얼굴은 왕자인데 인생을 잡초처럼 살았는데?
캔자스는 너무 힘들었다. 충격 받았다. 거기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차 타고 두 시간을 가도 옥수수밭 밖에 없어서 ‘이게 뭔가?’ 싶었다. 하하. 기자님도 캔자스에서 대학생활 하셔서 아시지 않나.
Q: 감독이 수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주고 있지만, 마지막 승부처에서 뺐다. 아쉬움은 없나?
지금 팀에서 어느 정도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감독님이 믿어 주신다. 신슈 시절과 비교해서 팀에서 훨씬 나은 상황이다. 너무 감사하다. 욕심 같아서는 제가 더 뛰고 더 잘하고 싶지만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우리 주전선수들이 있는데 내가 더 뛰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전들이 2대2는 더 잘한다. 전 2대2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주전 선수들이 이미 몇 년 동안 쌓은 (조직력) 부분이 팀에서는 중요하다.
Q: 감독이 상대 1번부터 4번까지 수비를 모두 맡긴다. 심지어 외국선수 수비까지 맡기는 것이 마치 문성곤을 보는 것 같은데?
감독님이 내게 원하는 것이 그런 부분이다. 수비에서도 사이즈를 이용해서 상대가 터프슛을 쏘게끔 한다. 스위치 디펜스에서 가드들에게도 붙어서 혼란을 준다. 스위치를 해서 (동료가) 더블팀을  안 가게끔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스위치 후에 골밑에서 (외국선수를 막다가) 파울이 나오는 것이 좀 문제다.
내가 공격적으로 하는 것은 감독님이 안다. 팀에서 공격보다는 문성곤 형처럼 수비를 원한다. 저를 제외하면 이 팀에서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 키 크고 외곽수비까지 다 되는 선수가 나 하나다.
Q: 오늘 돌파를 통한 적극적인 공격시도가 좋았는데?
오늘 돌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슛이 들어가면 좋은데 안 들어가면 거기서 멈춰버린다. 슛 말고도 안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 후반전에 다행히 (파울에) 여유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Q: 일본 국내선수 매치업 상대는 보통 자신보다 신장이 작나?
(양재민의 상대 일본선수는 보통 190cm 정도로 키가 작다. 이때 양재민은 적극적인 포스트업으로 득점을 시도했다. 상대가 비슷한 장신이 나오면 외곽으로 끌고 나와 페이스업으로 득점했다.)
오늘 도요타처럼 보통 빅클럽에는 키 큰 선수들이 많다. 일본 선수들도 신장이 크다. 거기서는 안에서 내가 미스매치를 사용하기 버겁다. 그런 선수들은 외곽에서 내가 우위에 있다. 일반 팀들은 신장이 작아서 거의 미스매치가 나온다. 전력분석들이 이제 많이 파악을 했는지 제가 코트에 들어가면 바로 키 큰 포워드들을 넣더라. (3편에서 계속) / jasonseo34@osen.co.kr
[사진] B리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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