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음바페(24·파리 생제르맹)와 엘링 홀란(22·맨체스터 시티)은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빼어난 골잡이다. 당대는 물론 앞으로도 눈부신 발자취를 남길 게 확실시되는 신세대 기수다.
그만큼 연부역강한 양웅이다. 음바페가 1년 7개월 정도 세상의 빛을 더 보긴 했어도 도긴개긴의 연륜이라 할 만하다. 비록 “오뉴월 볕 하루만 더 쬐도 낫다”라는 속담이 있긴 해도 말이다.
시장 가치에서도 단연 으뜸을 다툰다. 독일의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가 추정한 시장 가치에서, 양강은 1,000만 유로(한화 약 139억 원·이하 11월 3일 환율 기준) 차이로 1, 2위에 자리한다. 음바페가 1억 6,000만 유로(약 2,226억 원)로 1위에, 홀란이 1억 5,000만 유로(약 2,087억 원)로 2위에 각각 올라 있다.
최고 골잡이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두 사람의 각축전은 2022-2023시즌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결코 한 치도 물러설 마음이 없는 팽팽한 자존심 다툼에선, 불꽃이 튄다.
이번 시즌만을 놓고 보면, 저울추는 홀란 쪽으로 기울어진 모양새다. 홀란은 이번 시즌 ‘괴력’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골 사냥 솜씨를 뽐내면서 무섭게 앞서가고 있다. 이번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만 17골을 터뜨렸다. 유럽 5대 리그에서 제일이다. 프랑스 리그 1에서 11골을 뽑아내며 득점 선두에 나선 음바페를 여섯 걸음이나 앞서는 폭발적 질주다.
그렇다면 저울추가 평형을 되찾기란 요원할까? 그렇지 않다. 홀란의 독주는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 음바페가 순순히 홀란의 독보를 허용할 리 없다. 음바페의 단순한 오기가 아니다. 기록이 뒷받침하는 음바페의 반격이다.
2022-2023시즌에서 뒤진 음바페, 2022년만큼은 세계 최고 골잡이
이 맥락에서,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지난 3일(이하 현지 일자) 발표한 통계 자료는 눈길을 끈다. 올 1월 1일~10월 31일 세계 축구 마당에서, 누가 얼마만큼 골을 넣었는지를 집계한 자료로, 현재 골잡이 판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IFFHS는 한 나라의 리그뿐 아니라 컵대회, 국제 클럽 대회(ICC: International Club Competitions), A매치까지 망라해 산출함으로써 골잡이들의 치열한 골 각축전이 어느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통계를 추출해 내놓았다.
일반적 예상대로, 1위와 2위는 음바페와 홀란의 몫이었다. 그런데 외연을 올 1월까지로 넓혀서인지 순위가 뒤바뀌었다. 음바페가 선두에 나섰고, 홀란이 그 뒤를 쫓는 외양으로 나타났다. 음바페는 모두 45골을 터뜨려 41골을 뽑아낸 홀란을 제쳤다. 상당한 거리를 느끼게 하는 네 걸음 차였다(표 참조).
음바페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와 인연이 깊은 점도 더욱 기세를 돋울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듯싶다. 2일 열린 2022-2023 UCL 조별 라운드에서, 음바페는 뜻깊은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그룹 H 최종전에서, 음바페는 선제골을 터뜨리며 UCL 역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 최연소(23세 317일) 40골 고지 등정을 이뤘다. 동료인 리오넬 메시가 갖고 있던 종전 기록(24세 131일)을 179일 앞당겼다.
음바페는 리그에서 30골을, 컵대회에서 3골을, ICC에서 8골을, A매치에서 4골을 각각 잡아냈다. 이에 비해, 홀란은 26-1-5-9골(위와 동일한 순)을 각기 넣었다.
홀란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둥지를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BVB)에서 EPL의 맨체스터 시티로 옮겼다. BVB는 2021-2022 UCL에서 조별 라운드 3위(C조·1승 2무 3패)에 그쳐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몸담은 맨체스터 시티는 2022-2023 UCL에서 조별 라운드 관문을 1위(G조·4승 2무)로 통과했다. 홀란이 올해 ICC에서 기록한 5골은 모두 이번 시즌 득점이다. 그 정도로, 맨체스터 시티 전력은 막강하다. 홀란이 골을 사냥하는 데 있어 유리한 점이다. 그만치 음바페를 쫓아갈 힘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 라리가 득점 레이스를 선두(13골)에서 이끄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34)가 40골을 넣어 3위에 올랐다. 홀란과 불과 한 걸음 차여서 언제 역전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홀란을 압도했던 레반도프스키(35-22)다.
레반도프스키는 리그와 ICC에서 골 폭죽을 터뜨린 데 힘입어 선두권을 맹추격할 태세를 갖췄다. 홀란과 마찬가지로, 레반도프스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에서 라리가 명가 바르셀로나로 둥지를 옮긴 바 있다. 홀란과 다른 점은 레반도프스키는 양 팀에서 고르게 골을 잡아냈다는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13-4골(이하 리그-ICC 순)을, 바르셀로나에서 13-5골을 제각각 기록했다.
올해는 이제 앞으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2022년이 끝났을 때, 한 해 득점왕 다툼은 어떤 결말을 낳을지 궁금하다. 현재 국면대로 끝날까, 아니면 반전이 일어날까? 한 해 최고의 골잡이 타이틀이 누구의 품에 안길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