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외국인이다. 키에 비해 체공력이 너무 좋다.”
적장도 인정했다.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은 지난달 29일 KGC인삼공사전을 마친 뒤 상대 미들 블로커 정호영(21) 이야기에 감탄했다. 이날 인삼공사는 0-3 셧아웃으로 졌지만 정호영이 블로킹 3개 포함 13점으로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190cm 장신의 높이를 앞세운 속공으로 흥국생명 중앙을 집중 공략했다. 이동이나 시간차 없이 속공만으로도 충분했다. 머리가 네트 위로 올라갈 만큼 체공력이 좋았다. 블로커보다 훨씬 더 위에서 때리며 12번의 속공 시도 중 10번을 성공했다. 공격 득점 10점과 성공률 76.92% 모두 데뷔 후 개인 최다 기록.
고희진 인삼공사 감독은 “속공과 블로킹이 정말 좋았다. 한국여자 배구선수 중 속공을 이렇게 치는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라며 “비시즌 대표팀에 다녀오고 부상도 있었지만 복귀 후 속공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호영이가 외발 이동 공격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넌 그걸 안 해도 국내 1인자가 될 수 있다. 나 믿고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동안 속공 훈련 많이 한 것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호영은 선명여고 2학년 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발탁된 특급 유망주. 김연경(흥국생명)의 뒤를 잇는 장신 공격수로 기대를 모으며 2019~2020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에 지명됐다.
그러나 아웃사이드 히터로 성장세가 더뎠고, 2년차 시즌부터 미들 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꿨다. 안타깝게도 포지션 전향 후 개막전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해 긴 재활을 했지만, 지난 시즌 중반부터 출장 시간을 늘리며 잠재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4년차가 된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현역 최고 양효진(현대건설)의 뒤를 잇는 대형 미들 블로커가 될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들도 있다.
남자부 삼성화재에서 8번의 챔프전 우승을 이끈 미들 블로거 출신 고 감독은 “좋은 속공이 많이 나왔지만 연결이나 네트터치 범실이 팀으로선 뼈아팠다. 호영이도 그런 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우리가 우승팀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