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끝낼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든다.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골게터' 안병준(33, 수원 삼성)이 팀을 잔류의 길로 이끄는 골을 넣은 뒤 전한 말이다.
K리그1 수원은 29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2 FC안양과 하나원큐 K리그 2022 승강플레이오프(PO) 2차전을 치러 연장 승부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전후반을 1-1로 마친 뒤 연장 후반 막판에 나온 오현규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승전고를 울렸다.
앞서 지난 26일 안양 홈 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수원은 이날 승리하며 잔류를 확정지었다. 다음 시즌도 1부에서 시작한다.
안병준의 발끝이 가장 먼저 터졌다. 그는 수원에 선제골을 안겼다. ‘결승골 주인공’ 오현규와 더불어 수원에 잔류를 선물한 또 한 명의 선수다. 지난 7월 수원에 합류한 ‘K리그2 득점왕 출신’ 안병준은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재일교포 출신인 안병준은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다 2019년 K리그2 무대를 밟았다. 2020년(21골)과 2021년(23골) 2년 연속 득점왕과 MVP를 수상, 골게터로 명성을 쌓았다.
안병준은 오른발, 왼발, 헤더 능력을 고루 가졌다. 게다가 스피드, 수비가담능력, 1대1 결정력까지 갖춰 전형적인 육각형 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다. 수원은 그를 데려올 때 “안병준은 K리그에서 검증된 골잡이다. 공격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대에 부응했다. 안병준은 전반 16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기제가 올린 크로스를 헤더 슈팅으로 연결, 귀중한 선제골을 뽑아냈다. 수원은 후반 9분 아코스티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연장 후반 15분 오현규의 극적 헤더 결승골로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안병준은 믹스트존에서 “웃으며 끝낼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든다”고 운을 뗀 뒤 “1차전 원정 경기 내용이 사실 좋진 않았다. 그래도 0-0 무승부로 끝낸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2차전 땐 무조건 우리가 홈에서 좋은 경기력과 잔류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모두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강한 마음으로 선수들 개개인이 잘 준비했다”고 전했다.
안병준은 1차전 땐 후반만 소화했다. 그는 “사실 전반전부터 뛰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웃은 뒤 “이틀 쉬고 2차전 경기가 있기 때문에 내려진 감독님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오현규의 결승골이 없었다면 수원은 피말리는 승부차기를 치러야 했다. 안병준은 “(승부차기) 가기 싫었다”고 고백하면서 “시간을 보는데 ‘승부차기 갈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키커 순서는 정하지 않았는데 어제 모두 다 연습하긴 했다. 승부차기 가게 된다면 ‘차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고 들려줬다.
이날 수원의 승리에 팬들의 응원도 큰 지분을 차지한다. 선수단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안병준은 “저는 후반기에 합류했는데, 팬 분들은 올해 1년 내내 힘든 시즌을 보냈다. 그 속에서도 우리를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올해 힘든 시즌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이 승리에 많이 웃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과 고마움을 곁들였다.
마지막으로 “잘 풀릴 때보단 시련 속에서 더 배우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올해 경험을 통해 잘 배우고 내년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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