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4강은 왔잖아요. 4강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있었죠. 이제부터가 진짜죠."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맡게 된 감독의 역할. 배성웅 T1 감독 대행은 그간의 시간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T1이라는 팀이 주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의 목표를 달성한 그는 곧바로 마음 속에 담겨있던 '진짜' 목적지를 언급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배성웅 감독 대행이 이끄는 T1은 지난 22일 미국 메디슨 스퀘어가든 훌루시어터에서 열린 롤드컵 8강전 RNG와 경기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 완승을 거뒀다.
1세트에서 20분 이후에 펼쳐진 전투에서 연전연승하면서 기선을 제압한 T1은 2세트 내내 끌려갔지만 후반 드래곤 싸움 한 번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내셔 남작을 가져간 이후 몰아치면서 역전승을 따냈다. 3세트에서는 초반부터 RNG를 압박하면서 낙승, 세트 스코어 3-0으로 MSI 결승전 패배를 설욕했다.
이번 승리를 통해 T1은 7번 진출한 롤드컵 가운데 7번 모두 4강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T1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롤드컵 2연속 우승을 포함, 3회 우승을 달성했고 4회 우승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OSEN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성웅 감독 대행은 "이번 대회 첫 다전제 경기였고, RNG에 MSI에서 지기도 했었는데, 의미있는 승리를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웃으면서 4강 진출 소감을 전했다.
덧붙여 배 대행은 "RNG가 강한 상대지만 픽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팀이라 강점을 최대한 밴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려 했다"고 RNG전 밴픽 전략을 설명했다.
3-0 완승의 배경과 수훈 선수를 묻자 배성웅 대행은 "2세트는 우리의 픽이 따로 노는 느낌이 있었지만, 상대에게 주기 싫어서 선택했었다. 약간 '꼬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2세트를 잡고서 승리를 예감했다"며 "다른 라인보다 봇이 특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왔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해줘서 3-0으로 쉽게 풀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역 시절 세 번의 우승을 거뒀던 배성웅 대행. 지도자로 나선 롤드컵의 다른 점을 묻자 그는 "선수 시절에는 내 역할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지도자로 롤드컵에 임하게 되니 전체적인 구도를 보게 됐다. 밴픽에 올라가면서 조합을 짜야 하고, 상대 팀에 대한 연구도 상대 포지션이 아닌 전반적인 면을 살펴봐야 한다는게 선수 시절과 다른 점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배 대행은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조금 삐끄덕 되는 게 있다. 아직 우리 팀의 경기력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 팀 합을 더 완벽하게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우리의 목표는 샌프란시스코다. 다음 4강도 잘 준비해서 다음 스텝으로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끝으로 배 대행은 "롤드컵에서 4강까지는 지난해 성적이기도 했고,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4강이 아니라 조금 더 성적을 잘 내고 싶은게 욕심이라면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갑자기 감독 대행을 맡았지만, 자리를 맡은 이상 책임감을 가지고 잘 마무리 하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