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하다고 해야 할까? 참으로 경악스러운 ‘골 폭풍’이다. 어느 정도 골 바람을 예상은 했다. 그러나 섣부른 예측을 조롱하는 양 바람의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기만 한다. 된바람(풍력 계급 6)은 이미 옛일이 돼 버렸다. 큰바람(〃 8)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노대바람(〃 10)으로까지 화했다.
유럽 축구계가 엄청난 골 바람에 휩싸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맹위를 떨친 강풍은 이제 유럽으로 세력 범위를 넓혀 가며 폭풍으로 격상됐다. 엘링 홀란(22·맨체스터 시티)이 불러일으킨 부풍(扶風)에, ‘혼돈’에 빠진 유럽 축구계는 전전긍긍한다.
유럽 축구 5대 리그 각종 득점 지표에서, 가장 윗자리는 물론 홀란의 차지다. EPL은 말할 나위 없고 5대 리그로 외연을 넓혀도 최다골을 터뜨린 골잡이의 정점에, 당연하다는 듯 홀란이 자리하고 있다. 아직 2022-2023시즌의 ⅓도 채 지나지 않은 11경기에서 17골을 뽑아냈다(26일 기준·이하 현지 일자). 경기당 평균 1.55골, 실로 놀라움을 자아내는 골 사냥 솜씨다.
2021-2022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홀란(22골)을 여유 있게 제치고 득점왕에 오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골)도 그의 용솟음치는 기세에 움츠러든 꼴이다. 이번 시즌 스페인 라리가로 무대를 옮긴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는 12골로, 홀란에 세 걸음 뒤처져 있다.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가 세계 최고 시장 가치(1억 6,000만 유로·한화 2,270억 원)를 지녔다고 평가하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도 홀란의 놀라운 형세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걸음 차가 다섯 걸음(15-10골)씩이나 될 정도다.
팀 득점 공헌도에서도, 홀란은 선두를 달린다. 맨체스터 시티가 뽑은 36득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23%가 홀란의 작품이다. 이 부문에서, 유럽 5대 리그 득점 10걸 가운데 홀란을 능가한 골잡이는 하나도 없다. 2위인 레반도프스키(12/28골·42.86%)도, 3위인 음바페(10/32골·31.25%)도 홀란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8위인 아이번 토니(브렌트퍼드)가 44.45%(8/18골)로 홀란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정도였다.
단순 경기당 평균 득점 페이스 대입하면 60골까지도 가능
홀란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맨체스터 시티에 둥지를 틀고 EPL에 날아들었다. 홀란이 갓 깃을 사린 지난 7월 1일만 해도 이처럼 기세등등하게 EPL을 뒤덮으리라 내다본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막이 올라간 지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홀란은 EPL을 집어삼키며 저 높은 곳에서 포효하고 있다.
스물두 살의 신예라 할 수 있는 홀란은 이미 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11경기 만에 지난 시즌 팀 내 최고 득점자의 골 수를 넘어섰다. 홀란이 얼마만큼이나 가공할 골잡이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가장 많은 골을 잡아낸 선수는 케빈 더 브라위너였다.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를 연기하며 전전후 플레이에 능한 브라위너는 15골로 맨체스터 시티의 주 득점원임을 뽐냈다. 이 골을 뽑아내는 데 필요로 한 경기 수는 30이었다. 그런데 홀란은 그 ⅓가량 경기만을 치르고도 15골을 넘어 17골 고지에 이르렀다.
홀란의 이 같은 폭풍 질주는 EPL을 들썩인다. 1992년 체제를 일신하고 출범한 EPL 30년 역사에 새 지평이 열리리라는 기대감을 드높인다. 다름 아니라 역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이 탄생할 것이라는 희망이다.
서른 번의 시즌이 치러진 EPL 역사에서, 한 시즌 최다 득점은 34골이다. 1993-1994시즌에 앤디 콜(뉴캐슬 유나이티드)과 1994-1995시즌에 앨런 시어러(블랙번 로버스)가 각각 한 번씩 세운 기록이다(표 참조).
그러나 이때만 해도 22개 팀이 자웅을 겨루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20개 팀이 패권을 다투는 체제로 바뀐 1995-1996시즌 이후의 주인공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다. 살라는 2017-2018시즌 32골을 수확하며 20개 팀 체제 한 시즌 최다 득점의 영예를 안았다.
홀란의 현재 페이스라면 32골 벽, 나아가 34골 벽도 무너지리라는 게 확실시된다. 단순히 팀 경기 수를 바탕으로 경기당 평균 득점을 견주면 쉽게 나오는 예상이다. 살라는 0.85로 경기당 한 골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살라가 지난 시즌 뛴 경기 수(35)를 토대로 하더라도 0.92골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모두가 이번 시즌 홀란의 페이스(경기당 평균 1.55골)에 훨씬 뒤처진다. 만약 홀란이 남은 경기에서도 이 골 사냥 속도를 유지한다면, 38경기를 모두 마칠 때 골 수는 58.90에 이른다. 생각하기 힘들 만큼 어마어마한 수치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홀란을 영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맨체스터 시티에 가장 필요한 존재는 페널티 박스를 지배할 골잡이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첨예하게 맞서는 그 작은 공간에서, 창조적 움직임으로 승패를 가르는 골잡이를 수혈했으니, 2022-2023시즌 우리 팀은 팬들의 골 욕구를 한껏 충족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엘링 (홀란)은 ‘박스의 파괴자’라 부를 만하다.”
홀란의 골바람은 어느 정도까지 더 거세질까? 가늠하기가 힘들 만치 끝없는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홀란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