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경남FC의 드라마가 아쉬운 마지막을 맞았다. 상대의 축구화 끈까지 묶어주는 간절함도 빛을 보지 못했다.
경남FC는 23일 오후 1시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2 2022 플레이오프에서 FC안양과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상위팀 어드밴티지를 지닌 안양이 경남을 제치고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부천전에 이어 기적을 꿈꾸던 경남은 끝내 안양의 골문을 열지 못하며 올 시즌 일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경기 전 설기현 감독은 휘슬이 울리는 순간부터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모재현과 티아고를 모두 선발로 내세우며 "오늘은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한다"라며 "큰 변칙이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항상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흐름은 설 감독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오히려 안양이 시작부터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경남을 괴롭혔고, 당황한 경남은 좀처럼 전진하지 못했다.
여기에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안양 수비와 충돌한 모재현이 부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통증을 안고 뛰어보려 했으나 결국 전반 23분 원기종과 교체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모재현까지 잃은 경남은 공격의 활로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티아고의 높이를 활용한 직선적인 공격을 시도해봤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전반 종료 직전 티아고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받은 원기종의 중거리 슈팅 정도가 전부였다.
후반전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경남이 잠깐 주도권을 잡는가 싶었으나 중원 싸움에서부터 밀리며 티아고가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경남의 뒷공간을 노리는 안양의 위협적인 역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기기만 해도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안양이지만, 안양 선수들은 0-0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비겨서 올라갈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고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던 이우형 감독의 말대로 안양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시간은 안양의 편이었기에 경남 선수들은 점점 조급해졌다. 초조해진 경남 선수들은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심판을 보고 손목을 가리키며 어필했고, 경기 막판에는 정민기 골키퍼의 풀린 축구화 끈을 대신 묶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순 없었고, 결국 경남은 득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고 말았다. 이로써 다시 한번 기적을 꿈꾸던 경남의 올 시즌 여정은 여기서 막을 내리게 됐다.
경기 후 만난 설기현 감독은 "올라갈 만한 팀이 올라갔다"며 씁쓸한 패배를 인정했다.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와 자신감과는 달리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경남의 2022년 마지막 경기였다. /finekosh@osen.co.kr